[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아이콘
거장 감독·화제작과 가슴 뛰는 만남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이 시대 거장 감독들의 신작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화제작을 상영하는 섹션이다. 세계 영화 미학의 최전선를 만나고자 하는 관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특징 중 하나가 ‘아이콘’ 부문 신설이다. 지역 구분을 뛰어넘어 19편의 신작을 소개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의 의미를 높였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웨인 왕·로베르 게디기앙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거장의 따끈따끈한 신작 준비
‘더 킹: 헨리 5세’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워 머신’(2017)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데이빗 미쇼 감독의 신작이다.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제작한 이 오리지널 영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였다. 폭압적인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잉글랜드의 젊은 왕자가 프랑스와 전쟁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역사 서사극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티모시 샬라메와 배우 겸 감독인 조엘 에저튼이 주연을 맡아 연기 대결을 펼치는 이 영화는 역사극에서 빠질 수 없는 전쟁과 결투 장면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커밍 홈 어게인’은 1993년 ‘조이 럭 클럽’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웨인 왕 감독의 신작. 〈뉴요커〉 매거진에 실렸던 재미교포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를 토대로 했다. 이 작품은 암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가족이 사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아들이 겪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로, 재미교포 사회의 한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저스틴 전과 연극배우인 재키 청의 열연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실제로 파킨슨병을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돌보았던 웨인 왕 감독의 개인적인 애정이 듬뿍 배어
있는 휴먼 드라마다.
‘글로리아 먼디’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깃든 영화들을 연출, 본인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프랑스 감독 로베르 게디기앙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게디기앙 감독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오랜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다니엘이 외손녀 글로리아와 그녀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긴박하게 전개된다. 감독이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마르세유에서 촬영해 작품의 핍진성과 감동이 배가 된다. 감독의 오랜 동반자이자 뮤즈인 아리안 아스카리드가 주인공의 전처를, 이자벨 위페르의 계보를 잇는 아나이스 데모스티에가 주인공의 딸을 연기한다. 또한 주인공 다니엘 역할을 맡은 제라르 멜랑의 내면 연기도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나서 만든 가족 영화. 프랑스 영화계의 대스타 파비안느는 그녀를 사랑하고 찬미하는 남자들, 새 연인과 전 남편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 사이에서 여왕처럼 군림한다. 파비안느가 자서전 출간을 앞둔 어느 날, 고압적인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딸 뤼미에르가 남편과 어린 자녀를 데리고 프랑스로 돌아온다. 모녀의 재회는 곧 격렬한 대립으로 치닫는다. 프랑스 영화의 살아 있는 두 전설 카트린 드뇌브와 쥘리엣 비노슈가 어머니와 딸로 만나 강렬한 충돌을 선보인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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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베니스영화제 호평작부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까지
지역 구분 뛰어넘은 19편 소개
‘미스터 존스’는 스탈린 정권과 소비에트 ‘유토피아’ 이면에 숨어있는 참혹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젊은 웨일스 기자 가렛 존스가 1933년 소련을 여행하며 진실을 감춘 정치를 탐구하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당신 다리 사이의 악마’는 거장 감독이 노부부의 자기 파괴적 욕망을 우울하고 섬뜩하게 그린다. 남자는 여자를 모욕하더니 불륜 상대를 찾아가 위로를 구한다. 여자는 비참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고자 탱고 교습소에서 추파를 던진다. 서로를 망치려는 동시에 갈망하는 두 사람 사이에 젊은 가정부가 끼어든다.
‘어른의 부재’는 영화 ‘제트’(1969)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지 반세기 만에 그리스 출신의 거장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가 고국의 정치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그리스 경제 위기와 관련, 2015년 그리스 정부와 유럽연합 간의 정면 대결을 극화했다. 감독은 이를 “현시대에 재현되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이라고 표현한다.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패밀리 로맨스’는 가짜 친구들과 거짓 가족 구성원들을 판매하는 한 일본의 회사를 따라간다. 돈이 우리에게 행복을 줄 수는 없지만 위안을 주는 모방된 삶을 제공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헤어조크 감독은 이 모든 소외된 사람들을 냉정하게 관찰할 뿐 결코 판단하지 않는다. 칸영화제에서 특별 상영한 작품.
‘중지’는 3년 전 셀레베스 섬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로 인해 ‘영원한’ 어둠에 갇힌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미친 독재자의 군부가 통치하는 동남아시아에는 수만 대의 감시용 드론이 날아다니며 이미 전염병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암흑의 디스토피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된 작품.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과외 아르바이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출발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 희비극. 2019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작품.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사진=비프 제공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