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타파’에 남해안 적조 한풀 꺾여
남해안을 덮친 ‘붉은 재앙’ 적조의 기세가 꺾였다. 제13호 태풍 ‘링링’에 집결했던 세력이 제17호 태풍 ‘타파’에 와해됐다. 수온 하강이 뚜렷한 데다, 적조 생물 번식을 부추길만한 변수도 없어 조기 소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수온 하강 조기 소멸 가능성
수과원, 특보 유지한 채 주시
24일 통영시에 따르면 전날 도 수산기술사업소 예찰 결과, 경남 연안에선 적조 띠가 관찰되지 않았다. 수심 5m 중층에 채취한 시료에서도 적조 생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태풍 타파 북상 전까지 1㎖ 당 최고 5000개체 이상의 고밀도 적조 띠가 몰려왔던 통영 해역도 제빛을 되찾았다. 앞선 링링 경우, 태풍 통과 직후 급격히 세력을 불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링링 때는 강한 바람이 외해에 있던 적조 생물을 내만으로 밀어 올린 데다, 열대성 저기압까지 뒤따르면서 적조 번식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이번에 반대다. 태풍이 집적된 적조를 분산시키고 수온까지 24도 이하로 떨어뜨리면서 적조 확산을 막았다”고 전했다.
어민들은 겨우 한숨 돌리고 있다. 한동안 중단했던 먹이 공급도 재개하며 떨어진 체력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황인규 씨는 “시뻘건 적조가 어장 코앞에 있다 보니 사람도 물고기도 몇 날 며칠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애간장을 태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눈앞의 적조는 사라졌지만 떼죽음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23일까지 집계된 적조 피해 추정 폐사는 195만 7000마리, 32억 1600만 원이다. 통영, 거제, 고성, 남해 등 어류 양식장이 있는 연안 시군별로 적게는 수 천 마리에서, 많게는 수 만 마리의 폐사 신고 매일 접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잇따른 떼죽음 피해에 지난 19일, 남해군 미조면 해역의 한 해상가두리 양식장에선 어린 조피볼락 10만 마리를 긴급 방류하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남해안 일원에 발령한 적조 특보를 유지하며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현재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 서측 종단~거제시 일운면 지심도 동측 종단,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남측 횡단~관산읍 장환도 북측 횡단에 적조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또 거제시 일운면 지심도 동측 종단~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 종단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리 서단~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 서측 종단은 적조 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수과원은 “태풍의 영향이 완전히 없어지고 일조량이 회복되면 해양 환경 변화와 적조 생물 출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특보 해제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며 “일단 특보 발령 해역에서는 먹이 공급량 조절, 야간 산소 발생기 가동 등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