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짓 환경평가로 대저대교 사업 지연시키는 부산시 행정
날조 의혹이 제기된 부산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환경영향평가서 부실 의혹을 증명할 새로운 자료가 발견됐는 데다,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할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입장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평가서가 날조된 것으로 드러나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 대저대교 건설 재검토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을 강행하려 한 부산시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천혜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 건설을 추진하는 대저대교는 마지막 행정 절차인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극단적으로 대립했다. 부산시가 내놓은 환경영향평가서가 의도적으로 공사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자료를 만들기 위해 부실과 왜곡투성이로 작성됐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부산시는 환경을 볼모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되레 환경단체를 몰아붙였다.
진위를 가리기는 쉽지 않지만, 아무래도 환경영향평가서 날조 의혹을 제기한 환경단체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낙동강 하구 대저대교 예정 부지 인근에 멸종위기식물종인 가시연과 순채 군락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건설 예정지에서 1㎞ 넘게 떨어져 있어서 공사에 따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던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뒤집는 자료다.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 의혹을 증명하기 위해 환경단체가 3시간 만에 찾아낸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사실이 밝혀진 지 나흘 만에 가시연 군락이 돌연 자취를 감춰 증거인멸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환경영향평가서를 날조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쉬 넘길 일이 아니다. 환경단체를 개발에 발목을 잡는 단체로 몰아붙이며 제기된 모든 의혹이 거짓이라고 한 해명에 대해 시가 답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생태계의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지 사업 시행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다. 거짓과 부실을 가리는 검토전문위까지 구성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고 누구나 수긍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