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WOF 명강] 1. 아지즈 바카스
“부산 ‘아시아의 로테르담’ 가능성 충분 세계적 IT기업과 협업 스마트 항구로”
국내 최초, 최고 권위의 ‘해양 전문 다보스 포럼’을 지향하는 제13회 세계해양포럼(WOF)이 오는 30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부산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11월 1일까지 세계 유수의 전문가 수십 명이 강연 단상에 오르지만 올해 포럼 트렌드를 가늠해 볼 만한 연사를 추려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 3회에 걸쳐 ‘미리보는 WOF 명강’을 싣는다.
한국 1960년대 경제정책 회귀 예측
삼성과 같은 새 거대기업 탄생 전망
세계 항구 재국유화 등 새 트렌드 예견
“감성혁명 인류에 더 큰 영향 미칠 것”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을 업으로 삼은 ‘트렌드 워처’ 아지즈 바카스는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의 전반적 퇴조를 의미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globalization)’을 주장하면서도 새로운 실크로드 등장, 액화천연가스(LNG)로의 글로벌 에너지 전환, 세계 항구의 재국유화, 심해자원 개발 등이 새 트렌드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실크로드는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와 북극해 항로를 말한다.
바카스에 따르면 국제적으로는 경제적 국수주의(보호무역주의), 무역 전쟁, 국가 자본주의가 대두되고, 국가 단위에서는 5000년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로 디플레이션이 초래되고, 중앙은행의 통제권이 약화되고 있다.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을 기반으로 한 각종 가상화폐가 출시되는 것도 이런 현상의 증거다.
정치적으로는 근대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당파 간 너무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국가 정치 안정성이 약화되는 현상이 유럽과 미국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틈을 비집고 세계 각국에서 낡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독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바카스는 국가와 시장 체제의 통제를 받던 시민이 정보통신(IT)혁명의 혜택을 입고 디지털 소통 기술로 무장한 군중으로 세력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군중이 민주주의를 다시 강화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혁신성장의 모범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난민 대량 이주로 인해 이슬람 문화가 유입되면서 심각한 문화 충돌 현상을 겪고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건넸다. 반면 대량 이주를 거부한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들이 자국 투자를 늘려가며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너무 암울한가? 바카스는 디지털 혁명과 함께 감성 혁명에 주목했다. 산업 혁명이 민주주의의 길을 연 것 이상으로 감성 혁명은 인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운산업과 밀접한 세계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묻자 바카스는 현재는 LNG, 미래는 수소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LNG로의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거대한 신물류 체계를 만들고, 러시아와 다른 천연가스 생산국의 파이프라인(PNG)이 모두 해양에 구축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PNG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가스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러시아와 ‘9개 다리(나인 브리지) 협력 사업’ 소재의 하나로 내세운 가스 분야를 그대로 지목한 것이다.
한국과 부산에 대한 전망은 어둡지 않았다.
유럽의 관문인 스키폴 공항과 로테르담 항만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비교해 달라는 요청에 바카스는 “부산이 아시아의 로테르담이 되기에 알맞은 카드를 갖고 있고, 진정한 아시아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를 잇는 제2의 싱가포르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디지털 전환을 적극 수용, 세계적인 IT기업과 협업해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항구로 만들어 원활한 물류 시스템을 제공해 보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1960년대 경제 정책으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공룡 기업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기업들이 앞으로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밝힌 국가 자본주의 강화 맥락에서 해석하자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국가 주도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집중 지원이 새로운 거대 기업 탄생을 추동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호진 기자 jiny@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