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비스’ 日 강타 1000㎜ ‘물 폭탄’ 수십 명 사망·실종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강력한 물 폭탄을 쏟아내면서 수십 명의 사망·실종자에, 범람한 하천이 30여 곳 이르는 등 일본을 초토화시켰다.
이틀 새 연 강수량 30~40% 내려
하천 범람 신칸센 차량 기지 침수
다리·제방 붕괴 마을 잠기기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누수 경보
13일 NHK에 따르면 12~13일 일본 본토를 지나간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23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부상자는 166명으로 파악됐다. 집계가 진행함에 따라 사망자나 실종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태풍은 큰비를 동반한 것이 특징으로,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이 큰 피해를 입었다. NHK에 따르면 각지에서 연간 강수량의 30~40%에 해당하는 비가 하루, 이틀 사이에 쏟아졌다.
가나가와현의 인기 온천 관광지인 하코네마치에는 이날 새벽까지 48시간 동안 무려 1001㎜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같은 시간 강수량은 시즈오카현 이즈시 이치야마 760㎜, 사이타마현 지치부시 우라야마 687㎜, 도쿄 히노하라무라 649㎜에 달했다. 또 미야기현 마루모리마치 힛포에 24시간 동안 587.5㎜, 폐로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에 가까운 후쿠시마현 가와우치무라 441㎜, 이와테현 후다이무라 413㎜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들 지역은 모두 기상청의 관측 사상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하천 범람이 발생했다. 특히 이날 오전 6시께 나가노시 호야쓰 지구의 하천 시나노가와의 제방의 70m 가량 붕괴해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NHK가 헬기로 촬영한 화면에 따르면 이 부근에서는 하천 주변을 연결하던 다리의 일부가 붕괴해 있었고 제방의 붕괴된 부분에서 물이 주택가를 향해 쏟아져 하천 주변 넓은 지역의 주택가와 논밭이 물에 잠겼다.
시나노가와의 범람으로 JR히가시니혼의 나가노 신칸센 차량 기지가 물에 잠겨 안에 있던 고속철도 차량 7대가 침수됐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시나노가와처럼 태풍의 영향으로 제방이 붕괴된 하천은 오전 9시를 기준으로 10곳이나 된다.
폭우로 인해 전날 저녁 이후 밤새 100곳 이상 하천 관측점이 범람 위험 수위를 넘었다. 실제로 범람한 하천도 최소 36곳이나 됐으며 하류의 범람 위험에도 긴급방류를 한 댐도 7곳 이상이었다.
범람 위험 지역이 속출하며 전날 한때 즉시 피난을 명령하는 피난 지시와 피난할 것을 권고하는 피난 권고의 대상자가 합해서 13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전날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187만 가구·397만 명에 대해 피난 지시가, 408만 가구·908만 명에 대해 피난 권고가 내려졌었다. 일본 기상청은 전날 오후 수도권과 도호쿠 지방 등의 13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경보 중 가장 높은 ‘폭우 특별 경보’를 발표했지만, 태풍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이날 오전까지 모두 해제했다.
전날 대부분의 출발 항공기가 결항되고 도착 항공기의 착륙 제한 조치가 실시된 수도권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은 이날 항공기 착륙은 재개됐다.
하지만 NHK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일본 전국의 국내선 항공기 818편의 결항이 결정됐다.
강풍과 폭우의 영향으로 전날 한때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42만 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태풍으로 인해 전날 밤 도쿄만에 정박 중이던 파나마 선적 화물선이 침몰해 승조원 12명이 바다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졌다.
전날 오후 한때는 폐로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오염수의 누수를 알리는 경보기가 울리는 일도 있었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 측은 빗물에 의한 오작동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초 강력 물 폭탄을 쏟아낸 태풍 하기비스는 태평양 쪽 해상으로 빠져나가 13일 정오 온대성저기압으로 소멸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일부연합뉴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