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미군, 부산항에 시험용 생화학물질 반입했다
부산항 8부두에서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센토(CENTAUR)’를 진행 중인 주한미군(〈부산일보〉 4월 23일 자 4면 등 보도)이 8부두에 ‘시료 분석 시설(Sample Analysis Facility)’까지 차려 놓고 시험용 생화학물질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과 국방부는 그동안 부산항에서 “생화학 실험은 없다”고 공언했으나, 시험용 시료 반입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다시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군 시험시료 반입 보고서 확인
‘보툴리눔·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올 1월 8부두·군산 등 4곳 반입
“생화학실험 없다” 해명 거짓 논란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미군의 ‘비활성화 생물 시험 시료 반입 보고’ 1분기 자료를 보면 미 생화학방어 합동참모국(JPEO-CBRND)은 올 1월 9일 ‘보툴리눔 톡소이드’와 ‘포도상구균 톡소이드’를 112ng(나노그램)씩 국내 4곳으로 나눠 발송했다. 국내 수신처는 부산항 8부두 시료분석실과 전북 군산시 미 공군기지 제8의료지원대, 경기도 미 오산공군기지 제51의무전대,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등이다.
보툴리눔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 분비하는 단백질로 신경조직을 마비시키고 파괴하는 신경독소 물질 중 가장 강력하다. 단 1g으로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다. 포도상구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균 중 하나다. 두 물질 모두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이들 시료에 대해 “보툴리눔을 포르말린으로 처리했고, 포도상구균을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독성을 제거한 톡소이드”라고 밝혔다.
비활성화 시료들이 분기별로 들어오고 있다면 부산항 8부두에서 미군의 또 다른 생화학전 연구과제 ‘주피터(JUPITR) 프로젝트’ 논란이 처음 불거진 2016년부터 적어도 10차례 이상은 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해당 시료 외에 또 무엇을 들여왔는지, 어떤 실험을 했고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서는 국방부나 질병관리본부도 전혀 모른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독성을 없앤 톡소이드라 하더라도 사람한테 바로 넣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톡소이드로 생물무기 개발이나 백신 개발 등 모든 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올해 3월 부산항 8부두의 주피터 프로젝트 예산으로 350만 달러를 책정해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부산일보〉 보도 이후 “한반도에서 어떠한 생화학 실험도 하지 않았다”고 줄곧 해명해 왔다. 하지만 생물 시험용 시료 반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군의 이 같은 해명은 더욱 신뢰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황석하 기자 hsh03@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