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양수산 정책 방향 제시하는 해양수도의 ‘세계해양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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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의 다보스포럼’으로 자리 잡은 세계해양포럼(WOF)이 올해 선택한 화두는 ‘축적’이다. 그간 세계해양포럼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자각에서 잡은 화두다.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의 파도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라는 이중의 불확실성 속에서 ‘축적’이라는 화두로 해양수산의 흐름을 읽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포부도 담았다.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를 주제로 한 제13회 세계해양포럼이 30일부터 사흘간 부산서 열린다. 큰 가닥은 기조 강연에서 잡힌다.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의 퇴조 현상을 ‘슬로벌라이제이션(Slobalization)’라는 개념으로 예견한 네덜란드 경제전문가 아지즈 바카스,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이란 책에서 원천 기술을 창출하는 ‘개념 설계’를 한국 경제 재도약의 방안으로 제시한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해양수산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기대가 크다. 각론으로 들어가 해운·항만, 수산, 동북아 평화, 조선기술 분야에서 축적을 화두로 열띤 토론을 벌일 정규 세션도 주목된다.

해양수도 부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읽을 세션들에도 관심이 크다. 부산항의 역사를 개항과 근대 개항도시 네트워크에서 찾아보는 부산항의 인문학적 고찰이 특별 세션으로 마련돼 있다. 신남방정책과 관련해 해양수산 공적 개발원조를 논의하는 특별 세션은 11월 25일 열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특별히 만든 토론의 장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핵심 기업인과 정부 책임자를 초청해 급변하는 동북아 물류 다자간 협력 과정에서 부산의 역할을 찾는 세션도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에 큰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해양포럼에서 지난해 선도적으로 제기했던 수소선박 기술 논의는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해양포럼이 큰 흐름을 읽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만 아니라 현장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관련해서 올해 포럼에선 해양쓰레기를 빨아들이는 부유식 쓰레기통을 개발한 호주의 기업인을 비롯해 창의적인 발상으로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의 역습’에 맞서는 사례도 발표된다. 여기에 더해 시민과 함께하는 특별프로그램 ‘오션 클린업 캠페인’을 통해 실천적인 대안도 모색한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내 삶과 밀접한 해양수도 부산과 마주할 소중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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