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의 시간' 이정동 "시행착오와 도전이 한국경제 재도약 이끌 것"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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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해양포럼 기조연설서 패러다임 전환 강조

부산일보사와 해양수산부, 부산시가 공동주최한 ‘2019 제13회 세계해양포럼’이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를 주제로 30일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개막했다. ‘축적의 길’ ‘축적의 시간’ 등 저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방향을 제시한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일보사와 해양수산부, 부산시가 공동주최한 ‘2019 제13회 세계해양포럼’이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를 주제로 30일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개막했다. ‘축적의 길’ ‘축적의 시간’ 등 저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방향을 제시한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지금 우리 사회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와 있습니다. 대한민국 70년 경제 발전사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지금까지는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해답이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이를 실행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지만, 앞으로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제13회 세계해양포럼(WOF)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의 도전, 독창적 개념설계의 길'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회 닿을 때마다 '시행착오와 도전'을 강조했다.

다이슨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개발 사례

수많은 시행착오 거쳐 혁신적 완제품 성공

한국 해양산업 패러다임 전환 역량 충분

선진국 가지 못한 세계 최초의 길 걸어야

그가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은 채 '1%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화두로 던진 '축적'이라는 키워드는 올해 세계해양포럼 전체 세션을 관통하는 핵심 표제어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기적 : 한국경제의 성장 패턴'으로 이름 붙인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화면에 띄워 대한민국 70년 경제 발전사를 압축해 재조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해외의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은 어떻게 전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만에 3만 달러를 넘어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는지 묻곤 한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계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후속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 발전사를 논할 때 수치로 드러나는 표층인 경제사 밑에 중층인 산업사가 있고, 이를 떠받치는 근본적인 심층에 기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인 196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를 한국 경제가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시기로 규정했다. 이 시기에는 공장을 짓고 최대한 값싸게 많이 생산해서 수출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으로, 이 때 필요한 기술은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하거나 벤치마킹한 것이다.


부산일보사와 해양수산부, 부산시가 공동주최한 ‘2019 제13회 세계해양포럼’이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를 주제로 30일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개막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아지즈 바카스’ 박사와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질의 답변과 토론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일보사와 해양수산부, 부산시가 공동주최한 ‘2019 제13회 세계해양포럼’이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를 주제로 30일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개막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아지즈 바카스’ 박사와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질의 답변과 토론을 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80년대 중반 들어 대한민국은 일대 산업 전략을 바꾸는데, 이것이 '기술역량 강화'로 정의되는 2단계다. 자체 기술 없이는 더 이상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많은 회사들이 연구소를 개설하기 시작하는 등 정부와 민간 차원의 R&D 투자가 급증했고, 이를 통해 기술 역량을 쌓았다.

이 교수는 우리 경제가 1단계 생산역량과 2단계 기술역량 확보를 통해 선진국의 성공한 기술을 충실히 실행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해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가 3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찾지 못한 채 급격히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경제가 3단계로 도약할 해법으로 '독창적 개념설계'를 제시했다. 개념설계는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던 그 무엇인가를 그려내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과는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벤치마킹할 모범 사례가 없는 알려지지 않은 개념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미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수정해 완제품에 다다르는 스케일업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여는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공청소기에 먼지 봉투가 꼭 필요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15년 동안 5126번의 실패 끝에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한 다이슨의 예를 들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 해양산업이 개념설계에 도전하는 탐색을 시작하기에 최적의 분야라고 힘줘 말했다. 다른 나라들이 앞서 했지만 우리가 못 해본 분야를 따라 잡아내는 '뉴 투더 코리아'가 아닌 선진국들도 가보지 못한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는 '뉴 투더 월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양 분야의 리더들이 수없이 도전하다 깨지고, 부딪쳤다 쓰러지며 치열하게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이를 보고 배우며 끈기를 갖고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수 있습니다. 혁신은 도전적 경험의 축적에서 시작합니다. 도전을 응원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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