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학들의 세계해양포럼, 해양수도 부산 비전으로 이어져야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를 주제로 사흘간 열린 제13회 세계해양포럼은 해양 분야 세계 석학들의 지식포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첨단 기술이 넘쳐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 경험과 지혜의 축적”이라고 서신에서 밝힌 것처럼 석학들이 제시한 대안은 불확실성 위기에서 항로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기에 충분했다. 1일 마지막 세션에선 기조 강연자인 아지즈 바카스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대안을 내놨던 토론자가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라니 이번 포럼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 분위기도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포럼 둘째 날 열린 정규 세션 ‘해운·항만의 축적’에선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주의라는 도전에 맞서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듯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첫날 기조 강연을 한 이정동 교수의 강연 영상을 구하려는 문의가 사무국에 쇄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포럼 성황에는 석학들의 분명한 메시지가 한몫했지 싶다. 아지즈 바카스는 미래 세계 해양의 트렌드를 9가지로 명쾌하게 예견하면서 미래를 읽는 안목을 제시했다. 중국 중심으로의 무역 루트 변화, 새로운 해운 운송수단의 등장 등 거대한 흐름을 내다보면서도 피부에 와닿는 사례로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프린터로 집을 지을 정도로 3D 프린팅이 발전하면서 국가 간 물류 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 대표적이다. ‘빠른 추격자 전략’의 한계에 맞닥뜨린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독창적 개념설계’를 주창한 이정동 교수의 기조 강연도 정곡을 찔렀다.
올해 세계해양포럼을 관통한 ‘축적’이라는 화두는 ‘혁신’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해양산업을 항공우주산업에 연결할 방법을 찾는 데서 한국 미래 먹거리를 조언한 아지즈 바카스와 15년간 5126번의 실패를 감수한 진공청소기 회사의 사례를 소개한 이정동 교수가 입을 모으는 대목이 혁신이다. “혁신은 도전적 경험의 축적에서 시작한다”는 조언이다. 세계해양포럼이 제시한 혁신의 대안이 해양수도 부산의 비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