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 즐기러 ‘수목원 투어’] 부산·경남에 ‘단풍’이 핀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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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수목원의 숲속 산책길. 젊은 연인이 불 붙은 단풍과 쌓인 낙엽 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다. 경남수목원의 숲속 산책길. 젊은 연인이 불 붙은 단풍과 쌓인 낙엽 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다.

입동이 지나고 계절은 어느새 겨울을 향해 달음질친다. 출근길에 어제와는 또 다르게 노란 빛을 더해가는 은행나무 가로수를 보며 언제 가을이 이렇게 깊어졌나 흠칫 놀라기도 한다.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다고 이 계절을 그냥 보내기 아쉽다면 가까운 수목원을 찾아보자. 나무와 꽃, 그리고 가을이 전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가을빛 가득한 숲 안에서 잠깐 생각을 멈추고 떠나는 가을을 배웅한다.

부산 최초 공립수목원 ‘화명수목원’

주차비·입장료 없고 접근성 좋아

미니동물원·숲 속 작은 도서관 ‘인기’

자연생태 종합학습장 ‘경남수목원’

테마공원·박물관 등 다양하게 이용

‘메타세쿼이아 길’ 관람객 많이 찾아

화명수목원으로 들어가는 진입다리. 뒤에 보이는 금정산이 온통 가을색이다. 화명수목원으로 들어가는 진입다리. 뒤에 보이는 금정산이 온통 가을색이다.

화명수목원, 가을로 떠나는 국화 여행

금정산 자락에 자리 잡은 화명수목원에 들어서면 ‘부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도심에서 가깝고, 부산지역 최초의 공립수목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편의시설과 체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 특산 야생화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숲 속에는 도서관까지 들어서 있다.

아파트와 고층 건물로 가득 찬 부산 시내에서 붉은 빛 곱게 물든 단풍과 가을꽃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화명수목원의 매력이다. 산성터널 개통으로 부산 전역에서 접근이 쉬워지고, 주차비와 입장료가 없다는 것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화명수목원은 금정산 고당봉을 뒤로 하고 맑은 대천천이 수목원 사이를 흐르고 있으며,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가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규모는 11만㎡로 1~2시간 정도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경사가 있을 때 축하의 뜻으로 세우던 솟대가 탐방객을 맞는다. 국화로 장식된 진입 다리 너머로는 거대한 온실과 온통 가을 색으로 물든 금정산이 두 눈 가득 들어온다.

화명수목원의 생태연못과 중앙광장. 화명수목원의 생태연못과 중앙광장.

생태연못과 중앙광장 주변으로는 가을의 향을 전해주는 국화 전시회가 한창이고, 요즘 인기 있는 핑크뮬리도 만날 수 있다. 산책로 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애기동백 나무는 수줍은 듯 벌써 꽃망울을 피우는 중이다.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많고, 경사도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평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소풍 장소로, 주말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인기가 높다.

숲 속의 작은 도서관들과 미니동물원은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소다. 수목원 가장 안쪽에 위치한 전망대는 놓치지 말자. 고당봉의 바위 봉우리와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수목원에는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관람 및 숲 해설 프로그램과 유아 숲 체험반·주말 숲 체험반 등 학생교육과 연계된 생태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일 기준 1개월 전부터 예약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쉬고, 11~2월 겨울철에는 오후 4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단풍으로 물든 경남수목원의 생태연못. 단풍으로 물든 경남수목원의 생태연못.

숲길, 동물원,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경남수목원

경상남도수목원은 101만 6000㎡ 규모로 부산 화명수목원의 거의 10배에 달한다. 수목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숲이고 자연이다.

단순한 수목원이라기보다는 산림과 동식물에 관한 자연생태 종합학습장이다. 수목원은 물론이고 테마공원, 동물원, 체험장, 박물관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 등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경남지역 주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생태연못을 지나서 나오는 잔디공원과 메타세쿼이아(낙우송) 길이다. 잔디공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인근 노인회와 유치원 등에서 소풍을 오는 장소로 항상 활기가 넘친다.

경남수목원의 가을은 고운 빛깔의 단풍나무도 일품이지만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길이 백미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경남수목원은 본래 경남산림환경연구원으로 출발했다. 흔히 진주수목원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진주시가 아닌 경남도에서 관리하는 도립수목원이다. 2001년 도민에게 개방한 이후 지금도 나무병원 운영, 산림종자 채취와 희귀 특산식물 보전 등 연구 활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숲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구석구석 보고 싶다면 숲 해설사를 신청하면 된다. 숲 해설사와 함께 수목원을 걷다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혼자 걸을 때는 미처 몰랐던 온갖 생명들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다. 숲 해설사의 설명에 따라 보리수 열매나 참다래 같은 것을 따먹어보기도 하고, 사진 촬영 핫스팟에서 인증 사진도 남기며 자연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숲해설 시 1팀당 인원수는 7~30명 내외이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신청은 수목원 내 방문자센터를 통해 직접 접수하거나, 전화(055-771-6474)로 미리 에약할 수 있다.

숲 속 바람과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도 4시간 정도면 수목원 전체를 둘러 볼 수 있다. 수목원에서 추천하는 탐방 코스는 매표소에서 출발하는 2시간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정문에서 대나무숲, 전망대, 산정 연못 등을 거쳐오는 숲속 산책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없다. 가장 안쪽에는 꽃사슴과 공작, 사막여우, 원숭이, 타조 등을 사육하는 야생동물관찰원도 있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아이들과 함께 갔다면 동물원을 놓치지 말자.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겨울철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하지만 매표는 1시간 전에 마감하니 유의해야 한다.

경남수목원은 진주시 이반성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해고속도로 진성 나들목에서 마산 방면으로 약 10분 정도 거리다. 진주 시내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약 4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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