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전복·갑오징어 양식장 르포] 36개월 걸리는 전복 상품화 10개월 단축… 어민들 “기적”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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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혁(오른쪽) 해양수산부 장관이 든 킹전복이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이 든 일반전복보다 확연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해수부 제공 문성혁(오른쪽) 해양수산부 장관이 든 킹전복이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이 든 일반전복보다 확연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해수부 제공

킹전복과 갑오징어 양식 성공으로 몸값 비싼 전복과 갑오징어의 대중화 시대가 성큼 열린 가운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 취재진은 지난 14일 오후 땅끝마을 전남 해남의 킹전복(성장이 빠른 육종 참전복) 가두리 시범양식장과 갑오징어 양식장을 차례로 찾았다.

킹전복 양식기간 줄어 원가 절감

연간 1840억 경제 효과 기대

내년 10월 시장 본격 출하 예정

갑오징어 ㎏당 3만 → 2만 원대

몸값 비싼 수산물 대중화 성큼

해수부 국립수산과학원이 육종방식 개발로 성장주기를 앞당긴 킹전복 가두리양식장과, 전주기 완전양식 성공으로 이달 본격 출하를 앞둔 갑오징어 양식장을 방문한 것이다.

해남군 어란진항에서 배로 15분을 더 들어가니 경진수산의 킹전복 가두리양식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두리양식장에서 갓 건져올린 씨알 굵은 킹전복을, 동시에 건진 일반전복과 함께 달아보니 마리당 평균 중량이 킹전복은 60g, 일반 전복은 33g 내외였다. 육안으로도 거의 두 배 크기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종패 입식 후 10개월된 킹전복이 일반전복보다 배 가까이 빠른 성장속도를 보인 셈이다.

문 장관은 “실제 시범양식 결과, 일반 전복은 상품화(마리당 100g 기준)하려면 36개월이 걸리는 데 반해 킹전복은 26개월 만에 상품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어업인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남 킹전복 가두리양식장에서 건져올린 종패 입식 후 10개월 된 킹전복. 해수부 제공 해남 킹전복 가두리양식장에서 건져올린 종패 입식 후 10개월 된 킹전복. 해수부 제공

최영태 전 한국전복산업연합회장은 “(이같은 킹전복의 성장속도는)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기적”이라며 수산과학원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이상길 해수부 양식산업과장은 킹전복이 상품화되면 양식기간이 일반전복보다 10개월~1년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약 28%(㎏당 3만 3000원→2만 3800원)의 생산원가 절감효과가 발생하고, 현장보급 확대 때는 연간 184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과 완도 등에서 수산과학원의 종패를 입식(분양)받아 양식 중인 킹전복은 내년 10월 시장에 본격 출하될 예정이다.

킹전복은 2004년부터 수산과학원에서 연구를 시작해 2017년 개발에 성공한 우량품종이다. 우리 전통적 종자에서 최고로 꼽는 참전복을 유전자 조작없이 첨단 선발육종기술을 이용해 신종 ‘속성장 육종참전복’으로 개발한 것으로, 기존 일반전복보다 10개월이나 성장 속도가 빠르고 1.5배 정도 크다. 근친 교배·교잡으로 패사율이 높은 일반전복보다 맛과 영양에서도 앞선다.

이어 해남의 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 인근에서 양식되고 있는 갑오징어 양식장을 찾았다. 양식장 옆에 설치한 육상 수조에는 먹이 활동에 도움이 되는 플랑크톤과 생새우 때문에 수조 속 물이 탁해보였지만, 그 속에서 유영하는 성체가 된 갑오징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해 4월부터 연구를 시작해 올해 2월 갑오징어의 ‘전(全) 주기적 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후 민간업계에서 9개월간 양성한 뒤 이번에 첫 상업출하를 하게 되었다. 알 수정·부화를 거쳐 어미까지 키우는 완전양식에 국내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출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보급이 확산되면 ㎏당 3만 원대(산지가격 기준) 가격이 1만~2만 원대로 낮아진다. ‘반값 오징어·전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전주기 완전양식 성공으로 이달부터 상업용으로 본격 출하되는 갑오징어. 해수부 제공 전주기 완전양식 성공으로 이달부터 상업용으로 본격 출하되는 갑오징어. 해수부 제공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수산 분야 과학의 성공과 민관협력이 어우러진 7전8기 성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문 장관은 “이번 킹전복과 갑오징어 양식 성공으로 국민들은 질 좋은 수산물을 보다 저렴하게 드실 수 있고, 어업인들의 소득도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해수부는 고부가가치 품종의 양식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산과학원은 내년에 올해보다 20% 많은 20억 마리로 갑오징어의 유생 보급을 늘리고 올해보다 생장 기간을 늘려 무게도 500g 이상으로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수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열악한 국내 양식 현실, 복잡한 유통구조 등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미선 수산과학원 전략양식부장은 “킹전복·갑오징어 양식 성공으로 수산물의 대중화 길이 열린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시장으로 수출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남=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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