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주시한 러시아 마피아 ‘브라더’ 국내서 조직 키우려다 울산경찰에 ‘덜미’
올해 3월 30일 새벽 울산시 동구 한 편의점 앞. 이곳에 정차한 쏘나타 승용차가 갑자기 다른 승용차 4대에 둘러싸였다. 정체불명의 승용차에서는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자 10명이 우르르 내리더니 쏘나타 창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던 우즈베키스탄인 A 씨에게 ‘빨리 내리라’고 협박했다. 겁먹은 A 씨는 차 문을 잠근 채 버텼다. 하지만 이들 남성은 A 씨 차량의 타이어를 펑크 내며 위협을 가했다.
올 3월 우즈베크 마약상 납치·감금 사건
경찰 5개월 추적 끝 조직원 10명 검거
흉기·대마초도 발견… 수사팀은 특진
A 씨는 마지못해 차량 밖으로 나왔고 남성들에게 이끌려 다른 차량에 태워졌다. 그때부터 주먹과 야구방망이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남성들은 A 씨 지갑을 빼앗아 현금 46만 원과 400달러를 챙기고 체크카드 6장도 가져가 700만 원을 인출했다. 그 뒤로도 이들은 A 씨를 차량에 감금해 5시간가량 끌고 다니다가 아침이 돼서야 다시 편의점 앞에 내려줬다.
국내에서 외국인들끼리 한 편의 범죄 영화를 방불케 하는 폭행·감금 사건이 발생하자, 첩보를 입수한 울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수사팀은 사건 현장 주변 CCTV부터 분석해 피의자들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던 수사팀은 그 중 1대가 렌터카인 사실을 알아냈다. 곧바로 업체를 통해 차량 대여자 연락처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위치 추적을 통해 무리 중 일부가 광주시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잠복 이틀째, 드디어 피의자 중 2명이 주거지에서 나와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사팀은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을 급습해 붙잡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일당은 조직원 2명이 검거된 사실을 눈치채고 종적을 감췄다. 수사팀은 이들의 얼굴이 찍힌 현금인출기(ATM) 사진과 조직원 간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추적을 이어갔다.
이후 경기도 안산, 경남 김해, 울산 등지에 흩어져 있던 조직원들을 1~2명씩 붙잡기 시작해 올해 8월까지 피의자 10명을 모두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이들이 타고 다닌 차 안에선 칼과 야구방망이, 쇠사슬 등이 나왔고 대마초도 발견됐다. 수사팀은 특히 주범 중 1명이 러시아 마피아 조직원으로 중국과 한국에서 조직범죄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러시아 수사 당국을 통해 확인했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원이 올해 초부터 한국에 거주하면서 홀로 활동하는 외국인 마약상을 폭행, 협박하는 식으로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져 2~5년 실형을 받았다. 수사팀은 올해 상반기 이들 외에 마약사범 20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최근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수사팀에서 활약한 안경태(46) 경위에 대해 1계급 특진을 결정했다. 안 경위는 19년 차 수사관으로 국제범죄수사대에는 2011년 5월부터 근무해 왔다. 안 경위는 “러시아 마약 조직이 울산에서 세력을 키우기 전에 소탕하게 돼 다행”이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잠복하고 고생한 수사팀을 대표해 특진하게 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특진 임용식은 22일 울산경찰청에서 열린다. 권승혁 기자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