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풍경] 외로움을 이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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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목성균

외로움을 치유 불가능한 현대병이라고 한다. 2035년이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35%에 이른다 하니 이 외로운 삶을 어찌해야 할까나. 혼자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혼밥, 혼술로 얘기된다. 대화 상대 없이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니 몸도 맘도 피폐하게 될 수밖에.

페이스북, 카톡이라는 SNS 친구는 수백 수천 명이 있는데 왜 외롭다고 할까? 그 많은 사람들과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느라 가족과 이웃, 일터의 동료와 직접 만나는 관계는 소홀하게 되고 말았다. 지난날 삼세대가 오순도순 한 집에서 살았을 때에는 외로울 틈이 없었다.

목성균 선생의 수필에는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았던 지난 시절의 살가운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다. 선생의 글을 읽노라면 사람들 간의 정겨운 이야기에 꿈꾸듯이 포근하게 폭 잠겨 빠져든다. 부부, 부모와 자식, 직장 동료, 동네 사람들과의 일상을 글로 옮겼을 뿐인데 그 얘기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다행이 그 아주머니는 바로 감기를 털고 고구마 장사를 했다. 나는 고스톱 화투를 치면서 아주머니를 거리 모퉁이에 세워 놓지는 않았다. 일찍 그 아주머니 앞을 지나갔다.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이 늦은 밤에 군고구마를 안고 들어가서 조는 아내를 기쁘게 해주는 것만치 재미는 없었지만 아주머니가 고생할 생각을 하면 도리가 없었다.

장중한 태백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산읍의 겨울밤, 칠천몇백 원짜리 말단 공무원을 행복하게 해 준 아주머니의 행복한 고구마가 먹고 싶다.(‘행복한 군고구마’ 중).

언제부턴가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며 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외로움은 불치병이 아니라 스마트폰 밖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저절로 치유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김정관·건축사, 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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