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제로에너지공장 ‘힘펠’…일반공장보다 에너지소비 53% 줄어
지난해 초 명지대 이명주 건축학부 교수는 힘펠이 만든 건축물 환기시스템의 필터 교환방법을 문의하기 위해 김정환 힘펠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전열교환기를 만드는 회사가 제로에너지에는 관심이 없는가 물었다. 당시 힘펠은 경기도 화성에 제3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설계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 교수는 “에너지기술을 통해 인간 건강에 기여한다는 힘펠의 사훈을 보는 순간 내가 생각하는 건축의 이념과 같았다”며 “김 대표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이미 터파기까지 다 된 상태에서 제로에너지 공장을 건축하는 게 어떠냐는 제의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건축물 에너지 절감을 내세운 우리 회사가 제로에너지에 도전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고 생각해 다시 설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의 공공건축물에 대해서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고 태양열·지열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건축을 말한다. 냉난방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패시브 건축물’이라고도 한다. 2025년부터는 민간에서도 1000㎡ 이상 건물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이 제도가 의무화되고 2030년부터는 공공·민간할 것 없이 500㎡ 이상 건축물은 제로에너지 건물로 지어야 한다.
이에 국토교통부 기자단은 국내 처음으로 제로에너지 공장을 완공한 힘펠을 찾았다. 힘펠은 주택 아파트 호텔 등에 들어가는 공기환기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단순히 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터와 전열교환기를 적용해 외부의 공기를 필터와 전열교환기를 통해 깨끗하고 훈훈하게 만든 다음 실내에 유입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힘펠 3공장은 단열을 대폭 강화했고 기밀과 열교 등 패시브 요소에다 전열교환기를 적용했다. 여기에 옥상과 벽면에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갖춰 기존 일반 공장 대비 에너지 소요량을 53% 줄였다. 에너지자립률이 28%에 이른다. 즉 전기를 많이 쓰는 공장임에도 전기량의 28%는 스스로 생산해서 쓴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지난해 4월에 이 교수의 설명을 듣고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바람에 공정이 3개월 늦어졌다”며 “하지만 우리 회사가 국내 첫 제로에너지 공장이라는데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기자단은 국내에서 도서관으로는 처음으로 제로에너지 인증을 받은 충남 아산의 아산중앙도서관을 찾았다. 이날 기온이 영하 5도에 바람이 많이 불어 몹시 쌀쌀한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내부는 훈훈했다. 특히 브리핑이 진행된 문화강좌실은 전혀 난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태양광과 지열을 사용하고 열회수 환기장치, 고성능 외피에 고기밀 설계를 적용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했다. 국내 법적 단열기준보다 2배 높은 단열을 했고 아르곤가스를 충진한 3중 유리, 열교환 환기장치 등 제로에너지 건축에 사용되는 모든 요소가 투입됐다. 공공건축물에 의무화되는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기준이 230kWh/㎡·연인데 아산도서관은 92.2kWh/㎡·연에 불과해 1++등급을 받았다.
국토부 김유진 녹색건축과장은 “내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며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동시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제로에너지건축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