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헬싱키 직항노선 열려도 북유럽 여행객 안 오면 ‘헛수고’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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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기에 빠진 지역 관광업계가 내년 3월 오픈할 부산~헬싱키 직항노선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는 부푼 기대감 속에서도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관광시장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 직항노선만 믿고 있다가는 제2의 루프트한자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취항 3개월 앞두고 ‘대비 부재’ 지적

루프트한자 운항 중단 악몽 재현 우려

‘자유여행 선호’ 맞춤형 전략 필요

지역 관광업계는 아웃바운드는 물론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관광객들의 인바운드 수요를 부산으로 끌어오지 못한다면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요 부족으로 2014년 3월 운항이 중단된 부산~(인천공항 경유)~뮌헨 노선의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다.

지역업체 홀대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항공사는 전세기를 취항하면 여행사에 저렴한 가격으로 좌석 블록을 판매하는 게 관례지만, 취항 3개월을 앞두고 현재까지 진행된 핀에어(사진) 좌석 블록 판매에 지역업체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원성이 나온다. 부산지역 여행업체 한 관계자는 “수도권 대형 여행업체들이 핀에어 좌석 블록을 독식하고 있다”며 “핀에어 취항의 과실이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북유럽 관광객 수요를 정확히 반영한 관광 수용태세 개선 목소리도 높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실시한 ‘북유럽 관광시장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관광객들은 연금을 받는 50~60대 부부가 주를 이룬다. 패키지 관광보다는 개별 자유여행을 좋아하고, 여유로운 일정으로 아시아 국가 특유의 이국적 분위기를 만끽하는 여행을 선호한다. 기존 중국·일본 관광객에 맞춘 관광지와 쇼핑센터를 빠른 속도로 훑고 지나가는 방식의 프로그램으로는 이들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헬싱키 직항 노선 개설을 계기로 북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기 위한 몸부림도 분주하다. 부산관광공사는 오는 13일 예정된 ‘부산·유럽 교류 활성화를 위한 관광정책 포럼’을 계기로 본격적인 북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도 포럼에 참석한다. 공사는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만으로는 부산행 관광 수요 창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공사 측은 헬싱키 공항과 긴밀히 연결된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로 공략 범위를 넓혀 100개 도시를 부산과 연계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토대로 유럽 현지 박람회, 언론 관계자와 SNS 인플루언서를 초청한 팸투어 등도 계획하고 있다.

동서대 강해상(관광학부) 교수는 “핀에어 직항노선 취항은 부산이 유럽, 미주권을 아우르는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제2의 루프트한자 사태를 피하려면 부산이 더욱 획기적이고 전략적인 수용태세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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