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인 100분 토론] “내년을 해운 재도약 원년으로”… 정부지원 한목소리 요구
항구도시 부산, 해양수도 부산의 최일선에 뛰는 해양수산 현장 전문가들이 영도에 모였다. 11일 오전 10시부터 부산 영도구 라발스호텔에서 한국해양대 송화철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해양수산 기업인 100분토론’은 부산의 한겨울을 뜨겁게 달궜다. 부산시와 한국해양산업협회(KAMI)가 주최한 토론은 4개 섹션(항만 물류, 조선 해운, 금융, 수산)으로 나눠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업계의 '다양한 아우성'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 마련을 요청하는 한목소리로 담겼다.
“장기 불황 늪 선박수리 업계
정부 차원 활성화·지원 필요
대규모 침하 신항 배후단지
원인 분석 전에 선 보수 절실
LNG 연료시장 2025년 ‘빅뱅’
관련 항만·터미널 미리 준비해야
외국과 경쟁 위해 협의체 구성
정보공유·업계 대형화 진흥책을”
■힘들었던 2019, 지원이 필요하다
토론회의 포문을 연 부산항만산업협회 최만기 회장은 부산항에 있는 컨테이너 업체, 항만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화두로 던졌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 컨테이너 수리업이 20~30년이 되었지만 제대로 된 요금을 받지 못하고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터미널 부지를 이용하는 데 평당 1만 원으로 매우 높은 사용료도 업계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급수선 업체는 휴식 시간이 없고 묘박지 역시 부산에서 공간이 부족해 어려운데 정부, 국회 차원에서 업종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수리선박 업계도 정부에 산업 활성화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항에 3만TEU 이상 선박을 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대형선박이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수리를 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목소리다.
한국해양플랜트선박수리업협동조합 안남순 전무는 “선박 수리업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성장해 왔다”며 “부산의 경우 선박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작업 장소가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대형 선박 수리 시설이 없어 실속이 없다”고 말했다.
2017년 대규모 침하가 발생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부산항 신항 웅동 배후단지 침하 문제도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웅동 배후단지의 경우 150만 평 규모의 단지에 최대 1.5m이상의 지반침하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침하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BPA) 등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국동 부산신항배후단지물류협회장은 “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유치도 필수적인데 침하 문제로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영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수부와 협의를 통해 원인 분석 이전에 선보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산업계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종수 냉동냉장협의회장은 “수산 창고는 수년째 불황이다”며 “기업 투자를 이끌고 사회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기존 지원책 이상의 저금리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0, 해양 도약의 원년으로
해운업계는 2020년이 해운 재도약 원년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IMO 황산화물 규제, LNG 선박 시추 등 기존 시장질서를 재편할 각종 규제와 사업들이 2020년을 기점으로 봇물 터지 듯 쏟아지기 때문이다. 해운항만업계 토론자들은 IMO 황산화물 규제로 대체연료 선박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해운업계 명운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광헌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는 “LNG 선박 시장은 내년을 기점으로 호황을 맞이할 것이다”며 “LNG 연료 시장이 2025년까지 110조 원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180조 원가량이 관련 산업 시장에 파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지금부터 LNG 항만, 터미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상무는 “LNG 선박, 수소 선박 건조 등에 적극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향후 20~30년을 바라보고 관공선, LNG 추진선 조기 발주 등 부산지역 업체 기술력을 발판 삼아 새로운 시장을 정부가 나서서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운항만업계에서는 수익 부진 등 불황 타개책으로 신기술 투자차원에서 자율운항선박 지원, 업체 간 협의체 구성 등의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각 산업의 어려움을 한데 모으고 산업별로도 공동 대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 보자는 의미다.
김종태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인력을 양성하고 외국과 경쟁하기 위한 산학연관 협의체가 빨리 구성이 돼야 한다”며 “산업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업계가 대형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진흥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