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풍경] ‘짓는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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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나카무라 요시후미·도모노리

무엇을 ‘만든다’가 아니라 ‘짓는다’라고 쓰는 게 있다. 의식주에 관련된 건 다 ‘짓는다’라고 쓰는데 옷과 밥, 집이 그렇다. 지어내기 위해서는 성심(誠心)을 다하기에 그 결과물에는 짓는 이의 ‘얼’이 깃들어져 있다. 하지만 옷은 이미 기성품이고 집도 아파트를 옮겨가며 살고 있으며 밥까지도 사 먹는 세태이니 어쩌면 우리는 ‘얼’빠진 삶을 사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어서 써야 하는 것 중에서 밥은 개인의 일상에서, 집은 식구라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삶의 기반이 된다. 집에서 밥을 먹지 않으니 ‘식구(食口)’라는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아파트는 ‘우리 집’의 정체성을 없애 버리고 말았다. 잃어버린 ‘우리 집’을 되찾기 위해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전한 ‘우리 집’을 지어내기 위해서는 건축주나 건축사가 온 정성을 다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다.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는 아름다운 집이라는 하우스가 아닌 행복한 집인 홈을 짓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건축주와 설계자가 집을 지으면서 주고받은 편지글을 엮어서 지어졌다.

설계 의뢰를 받아보면 계약을 하는 자리에서 언제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이 바쁜 건축주가 대부분이어서 건축 허가를 빨리 받아내어야만 유능한 건축사로 인식되는 게 우리나라의 건축 실정이다. 도면을 그리고, 행정 처리를 하는 일은 절대 시간을 따질 수 있지만 왜 이렇게 지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일은 시간을 따질 수 없는 과정이다.

내가 살 집을 짓기 위해서 가장 즐거울 때가 설계를 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외관이 아름다운 ‘어떤 집’이기보다는 우리 식구의 행복한 삶을 구상하는 ‘어떻게 살 수 있는 집’인지를 건축주와 설계자가 충분히 대화를 주고받으며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집을 직접 지어서 살면 그 어떤 행복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김정관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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