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위 모집 금지’에 경남지역 명문고들 문 닫을 위기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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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명문고의 전국 단위 모집이 2025년부터 폐지되면서 경남 거창과 남해 등의 주요 고교들이 폐교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거창여고 전경. 농어촌 명문고의 전국 단위 모집이 2025년부터 폐지되면서 경남 거창과 남해 등의 주요 고교들이 폐교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거창여고 전경.

경남 거창군 거창고와 남해군 남해해성고 등 전국 농어촌 명문고들이 폐교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7일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정책’에서 농어촌 명문고의 전국 단위 모집을 2025년부터 폐지했다. 이후 지역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안’ 발표

2025년부터 타 지역 학생 선발 봉쇄

거창고·남해해성고 등 명문 입지 ‘흔들’

인구 유입·경제 활성화 걸림돌 우려도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는 전국 49개교이다. 경남에서는 거창고, 거창대성고, 거창여고, 고성중앙고, 남해제일고, 남해해성고, 세종고, 의령고, 창녕고, 창녕대성고, 창녕여고, 창녕옥야고, 칠원고, 하동고, 함안고, 함양고, 합천고, 효암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농어촌자율학교는 현재 학생들을 전국 단위에서 모집하고 있다. 여느 일반고와 달리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색 있는 교육과 기숙사 운동 등 학교마다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갖추고 입시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거두고 있다. 이로 인해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학생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타 지역 학생 선발권을 잃게 된다. 이에 거창군의 고등학교들은 폐교 위기를 거론하고 있다. 실제 2019년 거창군 내 중학교 졸업생은 552명인 반면, 고등학교 입학생은 681명이었다. 중학교 졸업생보다 고등학교 입학생이 더 많다. 130여 명의 타지 학생들이 거창고와 대성고, 거창여고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거창의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마당에 이들 학교는 다른 지역 학생을 모집하지 못하면 수년 안에 폐교 위기에 놓일 전망이다.

현재 거창고는 지역 입학생과 다른 지역 입학생 비율을 2 대 8로 배정하고 있다. 거창대성고는 이 비율을 4 대 6으로, 거창여고는 8 대 2로 선발하고 있다.

거창고 김예진 교감은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 특히 지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교감은 “정부 논리대로 시골에 있는 학교에는 시골 아이만 다니면, 서울대는 서울 학생만 다녀야 하느냐”며 “지방 학생이 서울도 가고, 서울 학생이 시골에도 내려오는 것이 교육의 자유이자 진정한 지방 자치의 실현이다”고 주장했다. 1953년 개교한 거창고는 인성교육과 수준별 학습지도 등을 통해 자율학교의 성공모델로 꼽혀, 매년 40개 이상의 학교와 단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온다.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거창군의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에도 한몫하고 있다. 전국에서 거창군으로 전입되는 전체 학생 수는 400명이나 된다. 또 급식지원센터의 지역 농산물 구매가 월 1억 원에 달해 학생들이 줄어들면 지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거창군 김향란 의원은 “이들 학교로 인해 거창이 교육도시로 명성을 알리면서 그나마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됐는데 학생들이 없으면 지역 침체가 걱정된다”며 “전국 해당지자체가 힘을 모아 엉터리 교육 정책을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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