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희곡 심사평] 회복해야 할 상대 있다는 믿음 보여 줘
202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시나리오 응모 작품을 심사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외로움’이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체로 혼자거나, 가족과 분리된 상태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친구도 드물었고 주변을 지키는 사람도 극소수였다.
아마도 현실의 우리 삶이 ‘홀로’이고, ‘1인 가구’이며, ‘혼밥’을 먹고, ‘1인 고시원’에서 ‘아직 결혼도 안 한 상태’로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선작 역시 이러한 조건들 속에서 탄생했다.
어느새 우리 생활 반경의 필수품이 된 듯한 ‘코인세탁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세상과 분리된 자아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동전을 나눠 쓸 여유조차 없는 삶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희곡 속에서 그들은 달라졌다. 느슨한 교류와 파격적인 선물을 공유하면서, 그들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으며 회복해야 할 상대가 있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 지점을 보여 준 솜씨는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외로움에 갇혀 사회와 단절되어 가는 자아를 보여준 ‘꿈의 벌레’나 고시원에서의 필사적인 생존기를 그린 ‘송지은 VS 송지은’, 그리고 유사한 빨래방이지만 또 다른 현실 풍경을 그린 ‘로터리 빨래방’도 넓은 범주에서는 홀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을 반영한 작품들이었다. 비록 당선의 영예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폭넓은 공감대와 상당한 내공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미래의 영광을 예견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또 다른 시작을 예견하게 하는 그들 모두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이 주어지기를 고대한다.
심사위원 김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