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브러진 전동킥보드, 청소년이 타도 될까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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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 부산일보 DB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인도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모습. 부산일보 DB

“산책 나온 강아지를 치고 달아나는 것을 봤습니다.” “전용 주차공간 없으면 아무 데나 주차해도 되는 건가요?”

최근 제대로 된 홍보 없이 부산에서 확대 실시돼 졸속 시행 논란을 낳고 있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busan.com 지난 2일 자 보도)에 대해 시민 반응이 뜨겁다. 보도 이후 SNS 등에는 무분별한 이용 행태에 공감하며 구체적 이용 대상, 사고에 따른 책임 등을 묻는 댓글이 잇따랐다. 현재 부산에는 세계 최대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인 ‘라임(Lime)’을 비롯해 모두 3개 업체가 이 사업을 실시 중이다. <부산일보>는 전동킥보드 사용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여러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아래는 부산경찰청 교통안전팀, 부산시 공유경제팀, 해운대구청 도시관리과, 킥보드 공유 서비스 A업체 담당 직원 등과의 일문일답.


▶전동킥보드는 청소년이 탈 수 없나?

전동킥보드는 관련법상 ‘이륜차’로 간주한다.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따야 한다.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시험은 만 16세 이상이면 응시할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행하는 학과시험과 기능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당연히 오토바이와 같이 헬멧도 써야 한다. 따라서 16세 미만 청소년은 전동킥보드를 탈 수 없다.

만일 자격증 없이 운전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지금은 전동킥보드에 대한 정보 공유가 부족한 탓에 별도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고의로 무면허 운전을 하는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도 위주로 대응하고 있다.

부모가 최근 어린 자녀에게 전동킥보드를 선물하기도 하는데, 여러 모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전동킥보드는 차도로만 다녀야 하나?

원칙상 차도로만 다닐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륜차여서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인도나 자전거도로로 다닐 수 없다. 만일 차도를 제외한 장소를 다니다 적발되면 통행구분 위반으로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아직 전동킥보드에 대한 도로 제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도 위주로만 대응하고 있다. 최근 강변 산책로 등에서 속도 내며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데, 보행자가 다칠 위험이 있어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차도로 다닐 때는 교통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의 행위는 차와 똑같이 처벌 받는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인도에 널브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인도에 널브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 부산일보DB

▶보행자와 부딪친 후 그냥 지나치면 뺑소니인가?

피해자의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차량의 뺑소니와 똑같이 간주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강아지 등 애완 동물을 쳤을 때도 재물 손괴로 분류돼, 그냥 지냥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뺑소니가 아니더라도 보행자와 부딪치면 일단 ‘차 대 사람’의 사고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상해를 당했을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기본적으로 인도에서 킥보드를 타는 건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킥보드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차도에서 다른 차량이나 오토바이와 사고가 났을 때는 ‘차 대 차’ 사고다. 전방 주시, 신호 위반 등 과실 여부에 따라 책임 정도가 정해진다. 킥보드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다른 차량과 사고가 났을 때도 차 대 차 사고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최대한 킥보드를 끌고 가야 보행자로 분류된다.

가벼운 접촉 사고라도 킥보드 운전자는 반드시 사고 수습을 해야 한다.


사고 책임은 누가?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일어난 사고의 원인이 기기 결함이라면 업체에서 사고 접수를 받아 보험 처리를 한다. 반면 무면허, 음주, 과속 등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는 개인이 책임진다. 아직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서비스가 아니어서 세세한 사고 상황에 대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 아직 운전자에 대한 민간 보험 차원의 상품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기계 결함 여부를 운전자 개인이 가려내기 어려운 문제 등 향후 논란이 불거질 여지는 있다.


▶혼자서만 타야 하나?

대부분의 킥보드가 1인용이어서 혼자 타야 한다. 2~3명이 함께 타면 승차 인원 초과로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음주 운전도 해선 안된다. 자동차 음주운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가령 혈중알코올농도가 0.2%가 넘었을 때 단속에 적발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길가에 방치된 킥보드 문제없나?

전용 주차 공간이 아닌 인도나 도로 등에 세워져 있는 킥보드는 무단 적치물이다. 하루에도 이를 치워달라는 민원 전화가 구청으로 많게는 5통 이상 걸려온다. 현재 민원이 제기된 킥보드는 압수해 보관 중이다. 관련 법에 따라 무단 적치물에 대해 1㎡당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킥보드 관련 인프라나 법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다 보니 지자체뿐 아니라 시민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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