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남부관광단지 ‘개발 금지 구역 확대’ 날벼락
‘조선 도시’의 ‘관광객 1000만 시대 개막’은 결국 헛꿈이었나? 경남권 최대 규모 복합관광지로 주목받은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부산일보 2019년 5월 17일 자 2면 보도 등)이 최대 암초를 만나 좌초 위기에 빠졌다.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대상지의 3분의 1상당이 ‘개발 금지 구역’으로 묶이게 됐다. 이대로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10월 공고한 2019년 생태·자연도 개정고시(안)에 따르면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 예정지인 노자산과 가라산 일원 100만㎡ 상당이 1등급지로 분류됐다. 생태·자연도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국토의 자연환경을 생태적·경관적 가치와 자연성을 토대로 등급화한 지도다. 1~3등급, 별도관리지역으로 구분하는데 1등급은 원형 보전, 2등급은 훼손 최소화, 3등급은 개발 가능 지역이다.
생태원 ‘생태·자연도’ 개정고시
‘1등급’ 당초 6만㎡ →100만㎡
사업 대상 육지부의 30% 달해
市 “이의 신청… 계획대로 추진”
축구장 450개 면적 ‘경남 최대’
부산 경동건설 4000억 원 투자
남부관광단지 지정 면적은 육지부 329만 5622㎡와 해면부 39만 8253㎡를 합친 369만 3875㎡다. 육상 개발 면적만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부산 본사의(주)경동건설이 4000억 원을 투자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고시(안) 대로라면 육지부의 30% 상당이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 된다. 이는 거제시와 사업자가 애초 그린 밑그림과 간극이 너무 크다. 거제시가 지난해 5월 경남도로부터 관광단지 지정을 받으면서 제시한 개발 대상지 내 1등급지는 6만 2500㎡,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당시 2017년 생태·자연도에 근거한 계획을 수립했는데, 불과 1년도 안 돼 1등급지가 20배 가까이 넓어졌다. 이는 환경단체의 등급 상향 조정 요구가 결정적이었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식생보전등급이 높고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지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자체 조사를 통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된 수달, 팔색조, 긴꼬리딱새, 대흥란, 애기뿔소똥구리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졸참나무, 소사나무, 느티나무 등 자연성 높은 식물군락은 식생보전등급 2등급 이상이라고 판단, 환경부에 전달했다. 이후 국립생태원 전문가가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2등급지의 상당 부분이 1등급지로 조정됐다는 게 환경연합의 설명이다.
사실상 골프장 사업이라며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환경연합은 ‘개발 불가’라고 못 박았다. 환경연합은 “개발 예정지인 노자산은 지난해 우수한 생태계를 인정받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이곳만은 꼭 지키자’ 공모전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극상림이다.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 등급은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고시한다. 하지만 지금 안이 확정되면 전면적인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거제시는 일단 고시안에 대한 이의를 신청한 상태로 사업은 일단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7일부터 관광단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주민 열람을 시작했다. 이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 착수하기 위한 사전 준비 절차다.
시 관계자는 “2017년 조사된 문헌 자료상의 생태·자연도가 다르거나 도면이 잘못 실린 부분이 있어 이의신청했다”면서 “국립생태원이 이의신청을 받아 두 계절 현장 조사를 거쳐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정 기간 고시를 유예하게 된다. 이 기간에 환경영향평가, 주민 의견 수렴 등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휴양·힐링·레저 복합단지다. 2021년 착공해 2028년까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발한다.
1단계로 2023년까지 18홀 대중 골프장과 MTB, 익스트림스포츠 체험장, 워터파크, 해양레포츠 체험장 등 위락시설과 콘도미니엄, 치유정원, 생태체험장, 농촌문화체험장 등 휴양문화시설을 갖춘다. 이어 2단계에서 프레즌트몰, 9홀 골프장, 관광호텔 등을 추가하고 마지막에 종합 쇼핑몰과 호스텔, 연수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