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수 통합, 산으로 가서는 한국 정치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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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향한 보수 통합 논의가 갈수록 파열음을 내고 있다. 새로운보수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당 대 당의 대등한 협의를 요구하지만, 한국당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한국당은 그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통합 논의를 바라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보수 통합에는 관심이 없다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총선은 3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새 정치를 주장하는 보수 세력끼리 서로 딴 꿈만 꾸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새보수당의 입장은 자신들과 통합할 것인지, 우리공화당과 통합할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다. 또 우리공화당을 포함한 여러 보수 세력을 아우르는 혁신통합위원회와는 별개로 양 당만의 협의체를 만들자고 요구한다. 이는 당내 상당수 지지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서로 대척점에 있는 우리공화당과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고, 또 양 당이 먼저 통합해야 총선 공천권 등 정치적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새보수당의 요구에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우리공화당을 비롯해 태극기부대 등 친위 세력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안 전 대표가 한국당의 통합 논의 동참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한국당의 그런 속내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실용 중도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안 전 대표로선 태극기부대 등 극우 세력과 같은 전열에 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수 통합 논의는 아직 우리공화당과 안 전 대표의 결합 등 통합의 범위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 논의가 보수 정치권의 자기 성찰과 가치 정립 없이 오로지 선거 승리만을 위한 ‘묻지 마 통합’ 성격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보수 세력이 통합에 실패해 각자도생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궁극적으로 나라 살리자는 보수 통합일 텐데, 이처럼 논의가 동상이몽 격으로 산으로 가서는 우리 정치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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