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금정산 자락에 수백t ‘쓰레기 언덕’
그린벨트로 지정된 금정산 외곽 산자락 일대에 무허가 고물상이 무단으로 수백t의 폐기물이 쌓아놓았다가 적발됐다. 이 일대는 2년 전에도 폐기물이 무단 투기(부산일보 2017년 7월 26일 자 9면 보도) 된 곳이다. 관할 구청인 금정구가 감시의 끈을 늦춘 사이 금정산 곳곳이 멍들고 있다.
고물상 2년 만에 또 폐기물 방치
구청 감시 소홀로 무단투기 반복
20일 오전 찾은 부산 금정구 노포동 1010-3번지 일대. 경남 양산 동면 사송리와 연결되는 노포사송로 산기슭에는 거대한 ‘쓰레기 언덕’이 펼쳐져 있었다. 취재진이 살펴보니 냉장고, 세탁기 등 폐가전제품을 비롯해 박스나 빈 깡통, 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재활용품과 폐타이어 등 버려진 품목은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쓰레기를 헤집고 언덕을 올라가 보니 이 쓰레기 더미는 한 주택 마당으로 이어졌다. 이 집 마당도 쓰레기로 뒤덮여 주택이 아니라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금정산 계명봉 끝자락인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이다. 동시에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녹지지역이기도 하다. 농지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지만 이 집에 살고있는 A 씨는 이 부지를 폐기물을 쌓아두는 용도로 사용해 왔다. A 씨가 쌓아 놓은 쓰레기는 그의 사유지를 넘어 인근 국유지까지 넘어가 나뒹굴고 있었다.
문제는 이 지역의 쓰레기 무단투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A 씨는 2017년에도 무허가 고물업을 하면서 이곳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적치했다 적발됐다. 당시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의 신고를 받은 금정구청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진 후 A 씨는 한동안 쓰레기를 치우는 듯했다. 그러나 구청 감시가 소홀해지자 다시 마음껏 쓰레기 무단 투기를 저질렀다. 이번에도 금정구는 환경단체의 신고를 받은 뒤에야 무단투기 현장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금정구가 현장을 조사한 결과 쓰레기 면적은 총 250㎡에 달했다. A 씨는 구의 현장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폐기물을 다시 내다 버리기 시작했다”고 시인했다.
금정구 측은 “다행히 산림 훼손이나 개간 등 무분별한 개발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3일 전까지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정구의 행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감시 없이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반복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금정구는 매일같이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무단 투기 역시 3개월이 다 되어서야 인지했다.
게다가 개발제한구역 감독이 건축과(불법행위 단속), 자원순환과(폐기물 관련), 공원녹지과(산림 관리)로 나눠져 있다보니 서로 관리감독의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금정구 건축과 관계자는 “청원경찰 1명이 지역을 3군데로 나눠서 매일같이 감시하고 있으나,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