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쓰레기’ 두 번째 적발에도 또 봐주기?
속보=그린벨트로 지정된 부산 금정산 외곽 산자락에 두 차례나 폐기물을 무단으로 방치한 고물상(부산일보 지난 21일 자 11면 보도)에게 금정구청이 ‘조건부 형사 고발’ 조치를 내렸다. 다음 달까지 원상 복구하면 고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상습적 환경 훼손 업체를 눈감아 주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정구는 지난해 11월부터 그린벨트로 지정된 노포동 1010-3번지 일대 사유지와 국유지에 수백t의 폐기물을 방치한 무허가 고물상 업자 A 씨에 대해 지난 15일 자로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금정구 건축과 관계자는 “다음 달 13일까지 원상복구 하지 않을 경우 형사고발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A 씨로부터 다시는 폐기물을 쌓아두지 않겠다는 자인서도 받았다”고 전했다.
금정구청 ‘조건부 고발’ 조치
2년 전에도 원상복구 명령만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 반발
하지만 A 씨가 폐기물 무단으로 방치해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 씨는 앞서 2017년에도 이 일대에 수년간 무단으로 폐기물을 쌓아 두다 적발돼 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 지역은 금정산 계명봉 끝자락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녹지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개발제한구역에 폐기물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버린 것과 같은 것으로 법 위반이다.
환경단체들은 A 씨의 위법 행위가 처음이 아닌 만큼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폐기물 무단 투기를 신고한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는 “2년 전 적발 당시에 또다시 무단 투기를 할 경우 형사고발 조치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또다시 무단 투기를 했다. 고의성이 다분한데도, 구청이 어정쩡하게 그냥 넘어가면 향후 또 재범의 우려가 있다”며 강력한 행정 처분과 형사 고발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금정구 공무원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했다. 보존회 유진철 부회장은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것이 행정 기관의 역할이다. 수개월 동안 이곳에 놓여 있던 폐가전제품이나 폐품에서 나온 오염원이 토양을 오염시켰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구청이 토양 오염 조사와 복원 등 행정조치를 하지 않고, 단지 업자에게 원상 복구만을 지시하는 것은 업무 태만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정구는 강력한 처벌을 부담스러워한다. 폐기물을 무단으로 쌓아 둔 것이 개발제한구역에서 금지되는 행위이지만, 개인이 생계형으로 한 일인 데다 산림 훼손과 환경 오염이 크지 않았다는 게 금정구의 해명이다. 금정구 측은 “행정기관의 역할은 ‘처벌’이 아닌 ‘시정’이라고 본다. 정해진 기간 안에 시정하지 않을 경우 즉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