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수목원, 관련법 해석 착오로 ‘공사 멈춤’
수백억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해운대수목원’이 부산시의 행정 착오로 공사가 중단된 데다 수억 원의 세금이 추가 투입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행법상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했는데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던 게 문제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시가 절차 간소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꼼수를 쓴 것인지, 행정 착오로 시민 불편을 초래한 것인지 논란이 제기된다.
부산시는 27일 “해운대수목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고 있다. 이 평가 용역으로 수목원 공사가 올해 9월까지 전면 중단되고, 조성 완료 일자도 2년가량 늦춰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일반환경평가 대상인데 ‘소규모’로
부산시 행정 미숙 감사서 드러나
시설 3만 3000㎡를 ‘녹지’ 분류
완공 2년 지연에 수억 예산 추가
시민단체 “공사 규모 고의 누락”
이번에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로 수년 전 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했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효력을 잃게 된다. 이번 용역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해 올 9월 말께 종료될 예정이다. 용역비로 약 1억 5000만 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에 들어서는 해운대수목원의 총 사업 면적은 62만 8000㎡이며, 공원 시설 면적은 약 10만㎡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784억 원에 달한다. 2011년 공사를 시작해 올해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환경영향평가로 개장이 2022년 말로 늦춰졌다.
관련법에 따르면 해운대수목원의 공원 시설 면적은 10만㎡ 이상으로 소규모가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지난 2014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 환경평가는 사업(공사)의 시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법적 절차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와 달리 평가 기준이 완화돼 평가에 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환경영향평가는 약 1년이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는 조사 기간이 길고 절차에 주민 의견 청취 포함, 동물·식물상 조사 영역의 범위가 넓다. 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세부적으로 조사하게 되는 셈이다.
부산시 착공 이전 환경부에 공원 시설 면적 10만㎡에서 3만 3000㎡(생태습지·연못·도로·광장 일부) 부지를 제외한 채 조성 계획을 보고했다. 제외된 부지는 관련법상 ‘시설’로 분류되지만, 시는 ‘녹지’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 문제가 2015년 환경부 합동감사에서 밝혀진 것으로,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보고에서 누락된 3만 3000㎡ 부지가 공원녹지법상 시설로 분류되는 것이 맞고, 누락분을 포함하면 시설 면적이 10만㎡를 넘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시에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시행해야만 2단계 추가 공사 등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 1단계 발주 공사 마무리와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말이 돼서야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들어간 것이다. 시의 안일한 행정 착오로 세금이 추가로 투입되고 개장 연기로 시민 불편이 초래된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시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노리고 면적을 줄였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년가량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친다면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기도 어렵고 예산도 더 투입된다. 사실상 시가 관련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노리고 꼼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시민의 세금이 엉뚱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수목원 조성 지연과 행정 착오가 어떤 경위로 발생한 건지, 부산시의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관련법을 잘못 해석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맞다. 다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노렸다는 식의 고의성은 없었다”며 “조성 기한이 늦춰진 만큼, 완벽한 수목원을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