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쪼그라드는 부산 첫 노숙자지원센터
부산의 첫 노숙인 지원센터로 건립이 추진되는 동구 부산진역 인근 ‘희망드림종합센터’(이하 센터) 공간 활용을 놓고 부산시와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주민 편의공간 확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자칫 센터가 노숙인을 위한 시설로는 ‘반쪽짜리’ 기능밖에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숙인무료급식소 공사건립 반대추진위원회 등 주민대표들은 지난달 부산시와 가진 주민간담회에서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1개 층에서 2개 층으로 확충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구 초량동 부산진역 인근 990㎡ 규모의 부지에 3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인 센터는 당초 1층 노숙인 급식시설, 2층 노숙인 샤워실과 세탁실, 3층을 주민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부산시에 2, 3층 모두 주민 공간으로 조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터파기 공사 중이며 내년 12월께 준공할 예정이다. 센터 건립에는 약 55억 원이 투입된다.
부산진역 인근 ‘희망드림종합센터’
무료급식소 피해 보상 차원서
인근 주민 편의공간 확충 주장
3개 층 중 2개 층 요구해 논란
부산시 “주민과 협의해 결정”
부산시와 동구청은 애초 주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센터를 추진했다. 노숙인 민간 급식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이를 대처하기 위해 센터를 짓기로 한 것이었다. 현재 부산진역에는 주말·평일 자원봉사단체 평균 14개 팀이 아침, 점심, 저녁 3회 급식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하루 평균 700인분 이상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이 봉사단체에 맡겨져 있는 탓에 노숙인과 인근 주민이 함께 배식을 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노숙인과 노인이 장시간 거리에서 줄을 서고 식사하는 모습이 불쾌감을 준다는 민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부산에서는 동구에 노숙인이 가장 많다. 동구청에 따르면 부산역 45명, 부산진역 7명, 초량역 4명, 좌천역 2명, 초량 지하차도 1명 등 기타 지역을 포함해 약 64명의 노숙인이 동구 관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시와 동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센터를 중심으로 노숙인 자활 사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관련 기관과 TF도 구성했다. TF에는 각 구·군청, 쪽방 상담소, 경찰, 부산시가 정보를 공유하고 노숙인 개개인의 문제를 발굴해 맞춤 자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과의 마찰은 착공 당시부터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센터 건립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인근 주민 70여 명이 공사중단과 센터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동구 주민 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부산시에 집단 민원을 넣기도 했다.
주민들은 부산진역 무료급식소로 인해 몸살을 앓아 왔다며 보상 차원에서라도 주민을 위한 공간이 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근 한 주민은 “노숙인들 급식을 돕기 위해 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왜 희생은 동구 구민만의 몫이냐.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 주민과 노숙인 모두를 위한 공간 추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 소유자인 부산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나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센터가 동구에 들어서는 만큼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조율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