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재난에…” 여행 취소 수수료 불만 폭발
직장인 김 모(28·부산 부산진구) 씨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친구 2명과의 싱가포르 여행을 앞두고 고민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싱가포르에서도 확진자가 20명에 육박해 여행을 미루고 싶지만 항공과 숙박 취소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서다.
3명의 왕복 항공권 가격은 약 120만 원으로, 취소를 하면 18만 원이라는 적잖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항공사 측은 중국 노선이 아니라 수수료 없이 100%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숙박비 취소에 따른 손해는 더 크다.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숙소를 예약한 김 씨는 신종 코로나 우려 등을 설명하고 100% 환불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규정에 따라 50%만 돌려줄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김 씨 일행은 이미 숙소비로 100만 원가량을 결제한 상태다. 김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취소를 요구하는 게 아니지 않냐”며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막고 안전을 지키기 위함인데 환불 정책이 융통성 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세계적 확산에도
항공권·숙소 등 규정 제각각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판에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 안 돼”
이처럼 신종 코로나에 따른 항공권 ·숙박권 취소 등이 전액 환불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수수료를 무는 여행객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항공권의 경우 중국 노선은 대부분 100% 환불을 하고 있다. E 항공사는 올 1월 28일 이전에 발권한 한국-중국 노선에 대해 환불 또는 변경을 원할 경우 발생되는 수수료를 100%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이외 노선과 일정에 대해서는 기존의 환불규정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출발 30일 전부터 당일까지 취소할 경우 최대 6만 원 가량의 취소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다른 항공사도 중국, 마카오, 홍콩 등을 제외한 다른 노선에 대해서는 전액 환불불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중국 이외 노선에 대해 전부 환불을 해 주는 것은 항공사 입장에서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한 시민은 “적어도 확진자가 나온 국가에 한해서는 취소 수수료 없이 100%환불을 해 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숙소의 경우도 취소 대상이 중국인에 한정되어 있는 곳이 대다수다. 에어비앤비는 신종 코로나 감염과 확산에 대한 정상 참작이 가능한 경우를 나열하고, 이에 대해서만 전액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정상 참작이 가능한 경우를 보면 확진 판단을 받거나 감시대상인 사람, 혹은 중국인이거나 중국을 다녀온 고객에 대해서만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있다. 에어비앤비를 제외한 다른 호텔이나 여타 숙소 등이 신종 코로나를 정상 참작해 전액 환불을 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숙소 측의 의지에 따라 취소 수수료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금액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비단 항공, 숙소뿐만이 아니다.
여행에서 즐길 각종 액티비티 이용권, 입장권 등도 미리 한국에서 결제하고 예약을 해 두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신종 코로나를 사유로 들어 취소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입장권 구입 등을 대행해 주는 M사는 홍콩, 마카오, 상하이 등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이용권 등을 취소할 수 없다는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프랑스 파리의 한 놀이공원 입장권을 구매한 한 시민은 “항공권처럼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여러 개의 입장권을 모으면 돈이 꽤 된다”며 “재난에 준하는 신종 코로나에 따른 취소에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