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패션 트렌드를 이끌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패션, 음악영화를 노래하다/진경옥

독보적인 ‘모즈 룩’ 스타일을 선보인 비틀스. 산지니 제공 독보적인 ‘모즈 룩’ 스타일을 선보인 비틀스. 산지니 제공

20세기 이후 다양한 영화를 통해 선보인 트렌치코트, 라이더재킷, 청바지, 블랙심플드레스 등 의상 아이템들은 대중 패션 문화의 유행을 만들어냈다.

1960년대 뮤지션의 패션이 유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처음 자신의 음악 세계에 패션을 영리하게 활용한 뮤지션은 비틀스다. 당시 대중문화가 확산하고 팝송 붐이 일자 청년들은 청년문화의 아이콘인 비틀스가 선보인 ‘모즈 룩’에 열광했다.


비틀스 이후 음악 세계와 패션 결합

20세기 이후 스크린 통해 유행 선도

록 정체성 살린 프레디 머큐리 의상

‘보헤미안 랩소디’ ‘라라랜드’ 등

음악영화·뮤지컬, 패션 변화 이끌어


비틀스의 매니저이자 스타일리스트였던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비틀스가 의상을 통해 프로 음악 밴드 이미지를 구축하도록 이끌었다. 엡스타인은 멤버들에게 단정하게 딱 달라붙는 슈트와 타이 정장을 입히고 머리 윗부분이 풍성한 짧게 자른 바가지머리를 하도록 했다. 이러한 비틀스의 우아하고 독보적인 ‘모즈 룩’은 패션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수많은 젊은이가 비틀스의 의상 특징인 스키니 정장 슈트, 굽이 약간 높은 비틀 부츠, 바가지머리 스타일, 수염은 물론 심지어 존 레논의 상징인 동그란 안경까지 모방했다.

〈패션, 음악영화를 노래하다〉는 19편의 음악영화 속에 담긴 뮤지션이 사랑한 패션 이야기를 보여준다.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영화 속 뮤지션의 패션을 록·힙합·밴드, 팝·재즈, 클래식, 뮤지컬의 장르로 나눠 소개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패션 이야기뿐 아니라, 영화 의상 감독과 의상에 숨겨진 뒷이야기, 패션 역사와 음악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겼다.

저자는 패션이 록 음악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 데는 프레디 머큐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는 패션에 있어서도 규칙과 정형화된 사고를 깬 프런티어였다.


패션을 통해 록 음악에 정체성을 부여한 프레디 머큐리. 산지니 제공 패션을 통해 록 음악에 정체성을 부여한 프레디 머큐리. 산지니 제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에서도 볼 수 있듯이 쇼맨십, 음악적 능력, 글래머러스 패션의 삼박자를 갖춘 그는 패션을 창조하고 유행을 선도했다.

목선이 배꼽까지 파지고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잔뜩 달린 점프슈트, 현란하게 프릴이 장식된 블라우스, 타이트한 흰색 탱크톱, 딱 달라붙은 가죽바지가 그의 상징이었다. 그의 색다른 패션 감각과 무대 파워는 록 아이콘인 데이비드 보위, 커트 코바인은 물론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같은 팝스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파가니니: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2013)는 초인적 기교의 바이올린 테크닉을 보여주다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말까지 들었던 19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니콜로 파가니니를 다룬 영화다.

바이올린 한 대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창조해냈던 파가니니는 신기의 기교를 가진 연주자를 뜻하는 ‘비르투오소’ 칭호를 얻은 최초의 음악가다. 버나드 로즈 감독은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파가니니를 현대의 록스타로 조명했다. 파가니니 역을 맡은 데이비드 가렛은 록스타 스타일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온다. 실제로 바이올리니스트인 가렛은 이 영화의 음악을 만드는 데도 참여했고 ‘카프리스 24번’을 비롯한 파가니니의 곡을 모두 직접 연주했다.


에너지 넘치는 파란색 의상을 입은 영화 ‘라라랜드’ 주인공 미아. 산지니 제공 에너지 넘치는 파란색 의상을 입은 영화 ‘라라랜드’ 주인공 미아. 산지니 제공

‘라라랜드’(2016)는 재즈 뮤지션인 세바스찬과 영화배우 지망생인 미아의 꿈과 사랑을 뮤지컬로 표현한 음악영화다. 이 영화를 만든 데이미언 감독은 영상이나 대본만큼 음악이 스토리텔링의 주 역할을 하게 한다. 이 감독이 음악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1964)을 보면서부터였다.

저자는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주인공 미아의 의상과 맥락을 같이한다. 의상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인 미아의 상황과 감정선을 잘 보여주는 도구다”라고 말한다.

미아와 친구들이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찬란한 색상의 드레스를 입고 거리에서 춤추는 모습에서 보듯 이 영화 전반부에서 미아의 의상은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 의상은 미아와 친구들의 꿈을 전달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이가 멀어지고 미아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고 영혼이 상처로 가득 차게 됐을 때는 의상이 더 옅어져서 무채색으로 바뀐다.

저자는 “영화 ‘라라랜드’는 다양한 원색 의상의 변화로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총 천연색 색상을 도입했던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시대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줬다”고 말한다. 대중문화의 세 축인 음악, 패션, 영화가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진경옥 지음/산지니/244쪽/2만 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