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뷰] 항만물류산업 스마트화 준비해야
최형림 동아대 교수·해양수산부 4차산업위원장
지난번에는 부산항의 스마트 항만 구축 사업이 부산시만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범위를 확대해 전체 항만물류산업 스마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부산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항만의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기 위하여 스마트 항만(Smart Port)을 구축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독일 함부르크항, 미국 롱비치항, 중국 상하이항 등의 해외 선진 항만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항만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여 항만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업무와 장비 운용 및 관리, 그리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세한 항만물류 전통산업 머물러
중앙·지방 차원 정책 수립·지원 필요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플랫폼 제공
업계 종사자 의지·마인드 함께 변해야
개별 항만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스마트 항만 구축과 항만물류산업 전체를 스마트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항만물류산업 스마트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항만물류산업에서 선박의 접안과 화물의 적하를 담당하는 항만이 가장 중요한 주체이기에 항만을 중심에 두고 우선적으로 스마트화하는 것은 옳다. 그런데 항만물류산업은 선용품, 선박 수리, 선박 관리, 포워딩, 선박 급유, 물류 정보, 해운 등 다양한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다. 항만만 스마트화한다고 해서 항만물류산업 전체가 스마트화되어 경쟁력이 제고되지는 않는다. 항만물류산업 내 주체들 간의 스마트화 격차가 많이 벌어지게 되면 산업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스마트화 성과가 창출되지 않아 항만의 스마트화는 오히려 빛이 바래질 것이다.
현재 중앙과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업체가 함께 스마트 항만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항만과 함께 항만물류산업 전체를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항만물류산업의 스마트화 추진 시, 가장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점은 바로 노후화와 영세함이다. 우리나라 항만물류산업은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활용하는 문자 그대로 전통산업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중소 규모로 영세하며 인력, 업무, 프로세스 등이 노후화되어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항만물류산업의 스마트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롭고 우수한 인력 양성과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스마트화는 민간 주도로 수행될 수 없다. 그것은 대부분의 항만물류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거나 영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화를 위한 기술·시스템 개발 역량과 인프라, 유지 보수·운영을 위한 조직 등을 보유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해양수산부를 중심에 두고 중앙과 지방 정부 차원에서 항만물류산업 스마트화를 위한 정책 수립과 지원이 추진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 개발, 이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현재 항만물류산업의 근무 환경, 임금 수준, 복지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우수한 인력을 산업 내에 유입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AI 기술 중심의 지식공유 플랫폼을 개발하여 제공하면, 현재 종사하는 인력의 역량을 제고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업무지원 플랫폼을 개발하여 제공하면, 별도의 인프라와 개발·운영 인력이 없이도 개별 업체의 정보화 역량을 제고시킬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적으로 노후화되고 영세한 항만물류산업을 스마트하게 변화시켜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항만물류산업의 스마트화는 부산항, 그리고 국내 항만물류산업 전체의 경쟁력 제고와 나아가 동북아 중심항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팔을 걷어붙여야 할 일이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지원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항만물류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의지와 마인드 변화가 중요하다. 정부에서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은 그 산업체에 종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항만물류산업 스마트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