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기준 바꾸자 中 후베이 하루 10배 폭증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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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발원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온 안후이성 의료진이 12일(현지시간) 임시병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우한스포츠센터에서 활동에 들어가기 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발원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온 안후이성 의료진이 12일(현지시간) 임시병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우한스포츠센터에서 활동에 들어가기 전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하루 새 폭증한 가운데 중국 보건당국이 새롭게 발표한 확진 기준인 ‘임상진단병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급증한 수치를 두고 중국 내에서는 정부가 내놓는 관련 통계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CT 결과 폐렴증상 있을 때 확진

우한, 통계 안 잡힌 사망 부지기수

자가치료 상당수 기존 통계 누락

사태 두 달 지나서야 기준 변경

중국 보건당국 통계 불신 가중


■임상진단병례는 무엇

중국 보건당국이 새롭게 적용한 임상진단병례는 기존 검사 방식인 핵산 검출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폐렴 증상이 있을 경우 임상 의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보건당국이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후베이 지역에서는 13일(현지시간) 0시 기준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1만 4840명, 242명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은 확진 환자 1만 3436명, 사망자 216명으로, 새로 증가한 수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급격한 수치의 증가는 중국 보건당국이 기존 사망자와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후베이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임상진단병례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지역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확진 환자와 사망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퉁차오후이 베이징차오양병원 부원장은 관영 CCTV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폐렴을 진단할 때 병원균 검출을 통해 병인학적 진단을 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고, 70∼80%는 임상 진단을 통해 판단한다”면서 “이전 기준에 따르면 임상진단병례 환자는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후베이 당국은 확진 환자 기준 변경에 대해 “다른 지역의 확진 환자 기준과 후베이 지역의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해 의심 환자에 대해 일일이 조사를 거쳐 통계 수치를 수정했다”면서 “이는 의심 환자들이 확진자와 같이 조기에 치료를 받아 완치율을 높이도록 임상 진단 기준을 새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베이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다른 지역은 이미 임상진단을 통한 확진 판정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런 주장의 정확한 진위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확진 환자 기준을 변경한 것은 통계 수치와 현실에서 체감하는 환자 수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실질적 통계’에 가깝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 불신 ‘가중’

하지만 중국 정부가 내놓는 관련 통계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규 확진자의 경우는 전날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임상진단자를 새로 포함했다지만 중국 정부의 통계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대한 불신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사망자나 확진자 수치에 대한 ‘은폐론’이나 ‘축소론’ 형식으로 계속 제기돼 왔다.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은 그간 우한지역 병원에서 늘어나는 환자와 사망자 수와 비교해 정부의 공식 통계 수치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도해 왔다.

우한 주민들과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이 거의 확실한 의심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해 정부가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증언했다.

환자가 집중된 우한 지역에서는 치료시설 부족으로 폐렴 환자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지정 병원을 찾았다가 수용되지 못하고 다른 의료시설로 옮기거나 자가 치료를 하는 상당수가 공식 통계에서 누락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 코로나19 환자는 우한 내 앰뷸런스 호출이 폭주해 이용할 수 없었던 탓에 집에서 사망했고, 결국 사망자 통계에서 제외됐다. 일부 환자는 사망 후 사인 판정마저 받지 못한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자오야후이 의정의관국 부국장은 “현재 사망률은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한정된 것이며, 경증 환자나 다른 경우에는 정부 통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혀 정부 통계의 허점을 인정했다.

중국 당국이 이번에 통계 수치 기준을 변경한 것은 그간 제기된 환자 수치 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부담을 한번에 털어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 변경 조치가 전염의 급속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간의 통계에 대한 불신은 가중되는 형국이다. 또 사태 발생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확진 판단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중국 보건당국에 대한 비난이 다시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13일 0시 기준으로 중국 전체 사망자 수는 1355명, 확진 환자 수는 6만 명 가까운 5만 9493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사이트를 통해 12일 0시를 기준으로 사망자는 1113명, 확진자는 총 4만 4653명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일부 연합뉴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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