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의 도시 정체성 살리는 문학관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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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자료를 발굴·보존·전시하고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연구·정립하는 기관으로서 부산 전체를 아우르는 문학관을 부산은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다른 도시가 부러워하는 문화 자본을 갖춘 제2의 도시 부산이라지만 이미 4곳의 광역시가 어엿한 지역문학관을 운영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대단히 낯부끄러운 일이다. 부산문학관 설립 논의가 부진한 사이 지역 문학의 소중한 자산들은 이미 하나둘씩 사라지는 막대한 손실을 겪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문학관 설립 논의는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

〈부산일보〉가 대구·인천·대전·울산 등 다른 광역시에서 운영 중인 문학관을 살펴본 결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파격적인 예산 지원과 열정의 정도는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안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지역마다 특별한 문화적 자부심을 바탕 삼아 역사적 아우라를 품은 공간으로 표현한 문학관 건물 역시 지역의 삶과 정신을 얽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문학관 없는 부산의 처지는 그래서 더욱 서글프고 초라한 것이다.

문학관 설립이 절실한 과제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산 문학의 정신, 나아가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철학 정립이다. 가령 인천은 ‘한국 근대’, 대구는 ‘범대구 문인’에 무게중심을 두고 독특한 의미망을 엮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과 부산 문학은 그 자신을 어떻게 읽고 도시와 삶의 내면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문학관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의 확고한 의지와 과감한 추진력이 앞장서야 된다는 요구는 그동안 지역 언론에서 거듭 호소했던 바다. 하지만 지역 문학에 대한 시의 무관심과 홀대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정부 차원은 물론이고 전국 지자체별로 앞다퉈 공립문학관을 짓는 분주한 현실 앞에서도 부산시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논의가 늦은 만큼 논란과 혼선 없이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후발 주자의 이점은 충분하다. 문학관에 대한 시민과 문인들의 열망, 지역 문화인들의 식견은 이미 무르익었다. 지금이야말로 부산 정신의 요체를 담은 제대로 된 부산문학관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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