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물량 다 어디 가고…” 천마스크 낀 동네 의사
턱없는 물량 ‘마스크 대란’
부산 수영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의사 A 씨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천 마스크를 쓰고 환자들을 진료했다. KF94 마스크를 구해 보려 했지만, 시중에서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마스크 몇 개를 확보하더라도 직원과 나누다 보니, 정작 환자와 대면하는 A 씨는 천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에야 의원 인근 약국에 풀린 KF94 마스크 5장을 겨우 구했지만, 이 마스크로 또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지 답답한 실정이다.
의심환자 접촉 가능성 높은데
동네의원은 우선 공급서 밀려나
코로나19 감염 무방비 노출
부산시 “의료진 지급 추진할 것”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적인 마스크 대란이 일면서 동네 내과나 이비인후과 등 지역 의료진이 감염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 부산시가 의료 기관에 마스크 9000장을 배부했다지만 이마저도 코호트 격리병원인 연산동 아시아드요양병원이나 해운대 나눔과행복병원, 확진자들이 격리 중인 부산의료원 등에 우선적으로 배부됐다. 코로나19에 직접 노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반 의원 의료진은 자력으로 마스크를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우려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코로나19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 보니, 많은 확진자가 선별진료소를 찾기 전 의원부터 방문하고 있다. 의심 환자의 경우 의원을 찾기 전에 반드시 1339로 전화해 안내받아야 하는데도, 현장에서는 의원을 바로 찾는 경우가 많다. 부산의 경우도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들른 의원만 20여 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의원 의료진에게도 감염을 막을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 방역용품이 필수적이다. 부산시의사협회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료기관 마스크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강대식 부산의사협회장은 “의료기관이 폐쇄될 경우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마스크 지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 현재로서는 개별 의원에까지 지급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2일 하루 기준 부산에는 공적마스크 17만 7500장이 풀렸다. 부산시 인구 346만 7000명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다. 이마저도 향후 물량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부산시는 의료진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마스크 공급을 요청하기 위해 예산 신청을 할 계획이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현재는 절대적인 공급량이 부족하다 보니 개별 의원에까지 공급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에 의료진 마스크를 요청해 의원급 의료진에게 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도록 긴급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