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14일 맞나? 21일·16일 만에도 확진자 나와
잠복기 넘긴 환자 잇따라
14일 자가격리 지나서 코로나19로 확진받는 경우가 잇달아 나오면서 ‘잠복기 14일’이 충분한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지난 6일 부산에서 자가격리 해제 당일 8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고, 8일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잠복기가 끝난 20대 여성이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격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산 20대, 격리 해제 후 ‘양성’
부산 87번 환자는 접촉 16일 만에
중국선 한 달 넘긴 환자도 나와
자가격리기간 연장 필요성 높아
질본 “예외사례, 연장 근거 안 돼”
지난 6일 확진판정을 받은 부산 87번 환자는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83세 여성으로 지난달 19일 해운대구 장산성당 미사에서 2번 확진자(57세 여성·해운대구)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87번 환자는 지난달 22일부터 자가격리를 했고, 지난 2일부터 코막힘 등 증상을 보였다.
4일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더니 6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19일 감염됐다고 추정하면 14일 만에 검사를 받았고 16일 만에 확진판결을 받은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87번 환자는 노령 환자로 증상에 대한 인지가 더뎌 검사가 늦어졌다. 감염일(지난달 19일)로부터 14일 내에 증상이 나타나 잠복기를 넘겼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87번 환자의 경우 잠복기 내에 검사를 받고, 이후 확정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8일 안산에서는 잠복기를 무려 약 1주일 넘긴 20대 여성 A 씨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안산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이후 지난 1일까지 자가격리 중이었으며, 11일까지 능동모니터링 대상자로 관리돼 왔다.
A 씨는 증상이 없었으나 7일 상록수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담 검사를 받은 뒤 이날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만약 A 씨가 지난달 16일 예배 감염으로 확인될 경우 잠복기를 일주일 넘긴 셈이다.
전국 28번 환자도 지난달 25일 감염 경로로 추정되는 3번 환자와 마지막 접촉 뒤 16일이 지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28번 환자는 특이 상황이 아니다. 증상 자체도 매우 경미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복기에 확진된 사례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아직 잠복기를 연장할 근거는 없으며 그동안 잠복기를 지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들은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국내 환자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며 “(감염)노출 시점이 명확한 이들을 분석했을 때 잠복기가 4~5일 정도로 짧았고, 발병 첫날 감염자가 많았다”며 “아직은 잠복기 2주가 넘어가는 사례 보고는 별로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예외적인 사례들이 보도되고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좀 더 늦게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PCR 검사는 바이러스 조각을 유전자 검출하는 검사법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바이러스냐, 전염력이 있느냐 등의 판단은 또 다른 차원의 검토와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WHO도 지난달 코로나19‘의 잠복기는 중간값 5~6일이며 12.5일 정도로 추정했다. 덧붙여 사스와 메르스와 같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례를 근거로 14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 허난성에서 잠복기가 한 달 이상인 것으로 의심되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해당 지역 보건당국은 격리 기간을 1주일 더 연장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