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을' 최홍 공천 전격 취소, 통합당 황교안-김형오 ‘정면 충돌’
4·15총선 D-29
제1야당 대표와 공천관리위가 정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부산 영도 출신인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의 서울 강남을 공천을 전격 취소했고, 최근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사퇴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초법적 결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황교안 “하자 있어 공천 철회”
김형오 “초법적 결정” 반발
홍준표 "협량정치” 黃 비난
유기준 동생 경준 강남병 공천
불출마 현역 ‘동생 배려’ 논란
황 대표는 이날 당 공관위가 재심사 후 단수추천자로 확정한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전 부산시장과 김원성(북강서을) 전 CJ ENM 국장 등의 공천을 최종 확정하는 대신, 최 전 대표의 공천을 철회했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에서 재의 결정을 통해 공관위에 돌려보낸 것이 아니라 당헌·당규에 따라서 (무효)결정을 했다”며 “금융감독원에서 제재 및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고 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공관위가 의결한 공천 결정 내용을 당 최고위가 무효로 한 것은 최 전 대표가 처음이다. 당 최고위는 이날 최 전 대표가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공천 취소결정을 내렸다.
통합당 최고위는 이날 ‘후보자로 확정됐더라도 불법 선거운동이나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을 경우에는 최고위 의결로 후보자 추천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당규를 근거로 공관위 결정을 뒤엎었다. 최 후보가 과거 투자운용사 대표를 할 때 금융감독원에서 제재를 받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은 이날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당 최고위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선거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 전 대표가 금품을 수수하거나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며 “그 어떤 (공천 취소)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하면 모든 사람들(낙천자 지칭)이 공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른 공관위원들에게 괜히 짐을 지우고, 부담을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이번 충돌은 외견상 최고위와 공관위의 의견대립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황교안-김형오 기싸움’에 가깝다. 비록 황 대표가 김 전 의장을 공관위원장으로 영입하긴 했지만 공관위 구성에서부터 두 사람은 대립했다. 김 전 의장이 공관위 구성 과정에서 황 대표의 의사를 거의 반영해 주지 않았다. 게다가 부산·울산·경남(PK) 공천과정에서 친황(친황교안)계 인사들이 대거 불출마하거나 낙천됐다.
황 대표의 부산지역 인재영입 1호인 김성원(부산 남갑)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공천에서 탈락했고, 상임특보단장(이진복)과 비서실장(김도읍)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맹우(전 사무총장) 이헌승(전 비서실장) 의원은 험난한 경선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장외집회에 불려다니면서 막대한 경비를 지출한 PK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낙천하거나 경선 과정에서 심대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또한 대구 수성을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홍준표 전 대표가 이날 황 대표가 "협량정치, 쫄보정치"를 한다고 비판하면서 "인제 그만 입 다물고 종로 선거에나 집중하라"고 맹비난했다. 황 대표가 최고위에서 "지역을 수시로 옮기며 억지로 명분을 찾는 모습은 우리 당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정치 불신만 더 키울 뿐"이라며 자신을 직격하자 반발한 것이다.
한편 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서울 강남병에 유기준(부산 서동) 의원의 동생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를 우선추천(전략공천)한다고 밝혔다. 4선인 유 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직인 유 의원이 불출마한 대신 동생인 유 교수가 한국당 전략지역에 단수 공천을 받으면서 공관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도 있다.
권기택·전창훈 기자 ktk@busan.com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