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의 교훈과 기후비상사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사람에게서 발생한 신종 전염병 중에서 75% 이상이 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인류 근대사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홍역 결핵은 소가 매개체고 인플루엔자와 백일해는 돼지, 말라리아 등은 조류, 에볼라는 원숭이, 메르스는 낙타. 이번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온 전염병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창궐은 비례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강우패턴의 변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병원체의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고 질병매개 동물의 생육환경을 바꿔서 병원균이 더 쉽게 옮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인간활동 자체도 한몫한다. 산림파괴나 토지개발로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늘어나도 새로운 전염병 발병의 원인이 된다. 야생동물의 변화를 초래하는 자연의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 여행과 교역, 식량체계의 세계화 및 도시화는 한 지역의 전염병 발생이 순식간에 세계적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높인다.
특히 힘과 정력을 지닌 야생동물을 먹으면 그 기운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는 보신문화 및 그 기저에 깔린 인류의 전반적 육식문화는 언제든지 수많은 질병을 만들어내고 불러들이는 문고리 역할을 한다. 오늘날 공장식 축산은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개체가 격리된 채 사육되기 때문에 병원체의 변이를 용이하게 한다. 여러 개체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면역반응으로 더 강한 바이러스로 진화한다. 그리고 더 빨리 더 싸게 대량으로 키울 수 있는 품종만 선택 사육하는 방식은 종 자체의 유전적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열악한 환경의 스트레스는 동물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동물들을 다양한 변이로 강화된 병원체에 지속적으로 취약하게 한다.
또한 사육 과정에서 사료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은 물론,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의 남용은 동물들의 몸 안에서 병원체가 기생하며 내성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현재 세계 항생제의 50%가 가축사육에 투입되고 있다. 고기에 축적된 항생제는 사람의 몸으로 고스란히 들어오게 되며 결과적으로, 병원체는 더욱 강해지고 동물과 사람은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의 슈퍼배양소, 즉 바이러스가 퍼지고 더욱 위험한 형태로 변이를 일으키는 이상적 환경이다. 마치 수백억 가축들을 시험관 삼아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변형시키면서 전염병이란 룰렛에 넣고 탄창을 돌리고 있는 것과 같다. 오래전부터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공중보건 전문가단체인 전미 공중보건협회와 유엔이 공장식 축산의 중단을 주장해온 이유이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10월 IPCC는 인간활동으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도 상승했으며 만약 그것이 1.5도를 넘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피드백루프(양의 되먹임)가 형성되어 더 이상 인류가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음을 경고했다. 기후과학자들은 임계점까지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8년 정도라 한다. 다가올 기후위기가 초래할 붕괴와 혼란에 비하면 코로라19는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몇 개월이 지나면 세계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코로라19의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깨닫고 변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이다.
무엇보다 인간을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려놓고 인간 본연의 연민과 자각을 축소하고 마비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사고방식 즉 문화의 전환이 절실하다. 생물 종으로 사고하고 생물 종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축산업이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인수공통 전염병의 창궐 및 만성질환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가축의 감소와 건강한 채식 위주 식사의 보급을 전 지구적인 보건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미국 예방의학학회의 제안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