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로 변신한 복지사, 장애인들 “본방 사수” 호응
“여러분, 오늘은 강 부장이 아니라 ‘MC 은주’입니다!”
부산 북구 금곡동에 위치한 부산뇌병변 복지관은 오후 2시만 되면 방송 스튜디오가 된다. ‘MC 은주’로 변신한 복지관 사업기획팀의 강은주 부장이 유튜브 채널 ‘오뚜기TV’를 진행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감염 위험 복지관 휴관 장기화
뇌병변복지관 ‘오뚜기TV’ 등
화상·전화·채팅 웃음꽃 활짝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회복지시설이 휴관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그러나 휴관 기간에도 장애인 이용자를 외면할 수 없었던 사회복지사들은 유튜버로 변신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이들을 만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코로나19로 휴관 중인 뇌병변복지관은 이달 3일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청소년 유튜브 프로그램을 위해 구입해 뒀던 방송 장비가 ‘효자’가 됐다. 알음알음으로 기술을 익힌 복지관 직원들이 방송 기술자와 PD로 변신했다.
‘오뚜기TV’ 방송은 오후 2시부터 생방송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화상과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퀴즈도 푼다. 노래까지 구성지게 한 곡조 부를 수 있는 시간이다. 방송 내내 실시간 채팅창은 쉴 틈이 없다.
한 달 넘게 복지관을 찾아가지 못하는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오뚜기 TV’는 무료함을 해소해 주는 유일한 창구다. 매 방송마다 70명이 넘는 시청자가 ‘본방 사수’ 중이다. 20일 방송에 깜짝 출연한 이인정 씨의 어머니 하영자(60·여) 씨는 “매주 복지관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코로나19로 친구들도 못 만나고 선생님들도 못 만나면서 너무 우울해 했다. 그런데 이제는 방송 시간만 기다린다”며 웃었다. 이날 ‘오뚜기TV’와 전화 연결을 한 이용자는 “유튜브가 끝나면 재방송까지 돌려 보고 또 돌려 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사실 방송제작 경험이 없는 복지관 직원이 2시간짜리 방송을 이어 나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산뇌병변복지관 조홍미 씨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라 서툴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방송에서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 또 힘이 난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휴관이 내달 5일까지로 늦춰지자 또다시 2주치 방송을 편성했다.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뇌병변복지관뿐 아니라 정신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도 유튜브를 통해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도 사회복지사들은 복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 힘든 시기가 오히려 부산의 공동체를 더 끈끈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