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역설? 올 봄 부산 대기질 확연히 좋아져
지난해 2월 비상저감조치, 올해는 23일까지 0
작년 봄 초미세먼지 주의보 16일, 올해는 이틀
코로나19로 산업·교통 위축, 오염물질 배출도 ↓
코로나19 탓에 재택근무 중인 유 모(35·여·부산 수영구) 씨는 답답함을 달래기 위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창밖을 자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유 씨는 지난해 봄과 비교했을 때 유독 하늘이 파랗고 산등성이도 선명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잠시 외출할 때마다 들이마시는 공기도 신선해졌음을 느꼈다.
그는 "밖에 잘 나가지 못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그 어느 해 봄보다 파란 하늘이 예뻐 보인다"며 "지난해 봄만 하더라도 몇 차례 미세먼지가 공습해 밖에도 나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유 씨의 느낌과 기억은 정확했다. <부산일보>가 23일 부산시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올해 1월부터 3월 19일까지 부산역의 공기 질과 지난해 같은 기간 미세먼지 농도 등을 분석한 결과 올봄 공기가 확연히 깨끗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48㎍/㎥, 2월 48㎍/㎥, 3월(19일까지) 51㎍/㎥이었다. 반면 올 1월은 32㎍/㎥, 2월 34㎍/㎥, 3월은 33㎍/㎥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PM2.5)도 지난해 1월 평균 29㎍/㎥, 2월 28㎍/㎥, 3월 30㎍/㎥였지만, 올 1월에는 21㎍/㎥, 2월 22㎍/㎥, 3월 17㎍/㎥ 등 올해 공기가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올 3월의 공기 질이 두드러지게 좋아졌다는 것인데, 이는 2월 말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각종 경제 생산활동이 영향을 받아 오염물질 배출도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월 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부산에서는 같은 달 21일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고, 22일에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하고, 다음날도 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할 경우 발령된다. 2019년 2월 21일 당시 부산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무려 61㎍/㎥까지 치솟아 '나쁨(36~75㎍/㎥)'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산에서는 현재까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날이 없다. 게다가 지난해 부산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초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75㎍/㎥ 이상이 2시간 지속할 때)' 발령이 무려 16일이었지만, 올해는 23일까지 단 이틀에 불과하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수송 부문 등이 위축되면서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도 줄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재연 아주대 명예교수는 "교통량이 줄고, 산업 활동이 침체하면 일반적으로 대기 오염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관측된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봄과 올봄 대기 조건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중국 우한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산업 활동이 정상화가 된 거로 알고 있다. 현재 대기 상태를 중국 영향으로 단정하는 것은 추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