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립유치원 3월 수업료 요구 철회…뒤늦게 ‘고통 분담’ 동참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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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부산 동구청 방역단이 한 유치원에서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지난 19일 오후 부산 동구청 방역단이 한 유치원에서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속보=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탓에 학부모들과 ‘수업료 갈등’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사립유치원(busan.com 3월 19일 보도)들이 3월 수업료 요구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원성이 잇따르고, 교육부 지원 방침까지 확정되자 뒤늦게 ‘고통 분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부산유치원연합회는 지난 20일 부산지역 사립유치원 210곳에 “5개 분회 회장단과 논의 끝에 3월 수업료를 학부모에게 부담시키지 않기로 했으니, 각 유치원은 방침을 따라 달라”고 공지했다.

연합회 박정순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미 3월 수업료를 받은 유치원은 환불해 주거나 다음 달 수업료로 이월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에서는 개학 연기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이 3월 수업료를 요구한다며 학부모들의 원성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18일 부산 강서구 한 인터넷 맘카페에는 A유치원을 성토하는 글이 줄이었다. A유치원이 학부모 부담금인 3, 4월 두 달 치 수업료를 한꺼번에 학부모들에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아직 자녀가 입학도 못 했는데 수업료 부과는 과도한 요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사립유치원은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금’을 제외하고, 학부모에게서 수업료, 특별활동비, 급식비 등 ‘학부모 분담금’을 별도로 받는다. 해당 활동을 하지 않으면 돌려줘야 하는 다른 분담금과 달리, 수업료는 휴원해도 반환 규정이 없다.

이에 각 유치원은 긴급 돌봄 등으로 인해 인건비와 같은 고정지출금이 발생하고 있다며 3월 수업료를 요구해 왔다. 교육부도 수업일수만 맞춘다면 유치원이 수업료를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한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3월 수업료’ 요구 철회 안내문.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한 사립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3월 수업료’ 요구 철회 안내문.

A유치원은 비난이 잇따르자 다음 날 각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보내 이같은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A유치원은 안내문에서 “추경으로 추후 정부 지원 금액이 들어오면, 학부모 뱅킹계좌로 환불해 드리려 했다”면서 “임시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성급한 마음에 많은 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A유치원 한 학부모는 “무급 휴가로 아이를 돌보는 형편인데, 가지도 않은 유치원비까지 내라고 하니 화가 치밀었다”면서 “다행히 지금이라도 유치원 측에서 철회 방침을 정해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연합회 공지가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A유치원처럼 3월 수업료를 부과하지 않는 부산지역 유치원 수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부산에는 269곳의 사립유치원이 있다.

현재 학부모 부담금 중 50%는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25%씩 부담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3일 수업료 지원을 포함한 640억 원 규모의 '유치원 운영 한시지원사업' 운영방안을 발표한 상태다. 유치원 측은 나머지 50%의 수업료를 부담하면 된다.

부산시교육청 지원과 관계자는 “아직 교육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침은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며 “나머지 50%를 어떻게 부담하는지는 추후 부산 전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측은 수업료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됐지만, 소규모 유치원의 경우 생존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한다. 정부 지원 학비로는 인건비,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유치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원장 월급을 내놓을 뿐 아니라, 부족한 돈을 메꾸려 이곳저곳 알아보는 곳이 많다”면서 “시교육청 등에서 50% 지원금이라도 먼저 유치원에 내주고, 추후 교육부와 정산하는 식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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