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조주빈, '지식인'서 음란물·성범죄 상담사 노릇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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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 신원공개. 연합뉴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 신원공개.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은 과거 인터넷에서 음란물 관련 처벌이나 성범죄에 대해 여러 조언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조 씨는 누리꾼들이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주로 6~7년 전인 2012~2013년 다수의 답변을 작성했으며, 분야도 다양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 왕따 문제를 겪고 있다는 질문자들에게는 위로를 건네며 용기를 주기도 했다.

478개에 달하는 조 씨의 답변 가운데는 음란물 단속 가능성과 처벌여부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한 누리꾼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다운받았다며 음란물 다운로드로 처벌을 받는지 묻는 말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만 아니면 된다. 상관없다"고 답했다.

또 미성년자 음란물을 다운받았다는 한 누리꾼이 "다운만 받아도 잡아간다는데 어떡하냐"고 묻자 "단속에 걸리면 잡혀간다. 그래도 걸릴 확률은 낮으니 걱정 마라"고 조언했다.

"아동 포르노나 미성년자 음란물을 보면 단속에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여자는 안 걸린다는게 사실인가"라는 질문에는 "여성도 걸린다. 잘못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라며 "얼마 전 여자도 잡혔다"고 충고했다.

조주빈은 또 성범죄와 관련한 문의 글에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고를 권유하는 등 '박사방' 운영자의 과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지하철에서 한 남성이 신체부위를 만진 것을 두고 "이런 것도 성추행인가"라고 묻는 글에는 "피해자가 기분 나쁘면 그 순간 폭력이다. 믿을만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말씀드리라"고 권했다.

삼촌이 누나를 성추행해 충격받았다는 한 중학생의 글에는 "부모님께 말씀드리라"며 "성폭행은 친인척 사이에 빈번히 일어난다. 늘 경계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 캡처.

여성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한 뒤 성관계를 가진 사람을 신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성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신고가 가능하다. 경찰서로 가면 된다"는 답변을 남겼다.

또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집에서 친척 동생들과 놀아주다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알몸 상태였다. 어떻게 햐야하나"라고 묻자 "부모님께 상의드리고 범인을 잡는 게 좋겠다. 실제로 그랬다면 잡아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 캡처

성희롱성 발언이나 여성혐오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학원에서 남학생들이 '야메떼'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라는 질문에 조 씨는 "'그만해'라는 뜻의 일본어다"라며 "일본 성인 동영상에 자주 나오기에 그러나 보다. 철없는 행동이다"라고 지적했다.

"'걸그룹의 섹시코드가 사회혼란을 부추기는가'라는 주제로 학교에서 토론을 하는데 도와달라"는 글에 조 씨는 "동의할 수 없다. 아랍권은 몸을 칭칭 싸매고 다니는데 성범죄율이 높다"며 "짧은 옷 때문에 혼란이 온다면 그건 짐승의 세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조 씨는 강요와 협박으로 피해자들이 성 착취물을 촬영하도록 하고 이를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됐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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