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의 운명적 만남,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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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 / 조성일

책의 맨처음에 소설가 최인호(1945~2013)가 나온다. 반가웠다. 2011년 7월 부산에 내려온 그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신작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사인회를 열기 위해 부산에 왔다. 침샘암으로 투병 중이었지만, 밝은 미소는 빛났고 특유의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부산일보〉에 ‘제4의 제국’이란 소설을 연재하기도 했다. 인터뷰 때 그가 했던 말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정치는 백성에 의해, 음악은 청중에 의해, 영화는 관객에 의해, 작가는 독자에 의해 완성된다.’


백석·최인호·권정생·법정 스님 등

문학사 빛낸 작고 작가 28명 삶과 문학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운 그 작가〉의 저자는 책을 낸 계기가 최인호 때문이라고 했다. 2014년 서평 전문지 〈책과삶〉 편집주간으로 연재 기획을 준비하던 저자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마련된 ‘작가 최인호의 특별 코너’를 우연히 보게 됐다. 타계 1주년을 맞은 최인호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졌고 ‘그리운 그 작가’란 기획을 했다. 2년 넘게 이어진 기획 연재에는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동화 작가 등 28명이 작가들이 등장했다. 그 기획을 단행본으로 낸 것이 이 책이다.

우리 문학사를 찬란하게 빛낸 작고 작가 28명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책의 묘미. 〈별들의 고향〉 〈깊고 푸른 밤〉 〈고래사냥〉 〈겨울 나그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최인호의 집필실과 작가의 이름이 인쇄된 전용 원고지, 뚜껑 열린 만년필을 보여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넉넉한 모성애는 감동을 준다. 2011년 타계 직전 그는 자신이 죽거든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절대로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먼 길을 떠나면서도 남겨질 후배들을 걱정하는 따듯한 마음이었다.

무소유를 실천한 에세이스트 법정(1932~2010) 스님의 삶은 깊은 울림을 준다. 스님은 상과대학에 진학했지만, 한국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실존적 고민에 빠졌다. 스님은 1976년 330만 부가 넘게 팔려나간 초대형 베스트셀러 〈무소유〉를 출간했다. 2010년 열반에 들면서도 스님은 “다음 생에 말빚을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라”고 했다.

책에는 권정생, 박태원, 이상, 황순원, 조지훈, 이문구, 백석 등 많은 작가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천진무구한 어린 시절, 문학과의 운명적 만남,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삶의 끝자락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조성일 지음/도서출판 지식여행/248쪽/1만 3800원. 김상훈 기자 neato@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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