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자연, 멸종 위기 인간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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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 앤 드루얀

우주의 별이 만들어진 것과 같은 원리로 지구 생명도 만들어졌다. 지구와 인간은 코스모스의 중심일 리 없으나 생명이 경이로운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주의 별이 만들어진 것과 같은 원리로 지구 생명도 만들어졌다. 지구와 인간은 코스모스의 중심일 리 없으나 생명이 경이로운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후속작이다. 이 책을 쓴 앤 드루얀은 1996년 작고한 칼 세이건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부인이다. 칼 세이건과 6권의 책을 함께 엮었으며, 미항공우주국(NASA)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 기획자였던, 필력을 갖춘 과학 전문가다.


칼 세이건 저서 ‘코스모스’ 후속작

우주적 관점서 인간·생명 본질 통찰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도

유일한 지적 생명체로 볼 수도 없어”

우주 생성 과정의 ‘우연한 부산물’

자연 법칙 이해로 대멸종 위기 극복을


책의 핵심적 메시지는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과 생명의 본질을 통찰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한다. 우리는 우주 속의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의 중심일 리가 없고, 창조주의 유일한 관심사일 리도 없다는 소리다. 인간은 ‘지구 화학적 힘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 가없는 시간과 어둠 속에서 수소와 헬륨이 서로 만나 융합하면서 빛이 생겼고 별이 탄생했다. 또 헬륨에서 탄생한 탄소가 ‘어쩌다 보니’ 지구로 흘러온 뒤 ‘우연히’ DNA가 만들어져 지구의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정말 우주에서 지구는 생명의 거처로서 유일한 곳이 아니다. 지구는 이미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의 70%를 썼다. 나사의 행성 분류에서 ‘범주5’가 있다. 생명의 가능성을 품은 행성이다. 현재 태양계에 3개나 있다. 화성, 목성 위성인 유로파, 토성 위성인 엔켈라두스다. 팽창하는 우주에 이런 행성들은 숱하게 있다.

지구 안을 봐도 지적 생명체라는 것은 인간 고유의 명패가 아니다. 꿀벌이 새 집을 선정할 때 ‘8자’를 그리는 ‘춤 언어’로 방향, 거리를 공유하면서 한 치의 과장·선동 없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집단 토론을 거치는 과정은 놀랍다. 이걸 ‘의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숲의 경우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숲은 균사체라는 ‘위대한 자연 인터넷’을 지닌 하나의 유기체다. 개별 나무들도 ‘의식’ 같은 걸 가지고 있다. 거대한 참나무는 잎 한 장 위에 작은 애벌레가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아카시나무는 기린들이 잎을 뜯어먹으면 ‘화학적 비명’을 질러 주위 나무들을 경계시킨다. 나무들은 화학 곤충학 지구과학에 통달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구적이고 우주적인 진실이다. ‘지적 생명체’ ‘의식’이라는 말을 인간에게만 고유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혁명 이후 지난 400년간 과학은 엄청난 비밀의 문을 열었다. 우주적 통찰에 따르면 불을 일으키는 산소는 태양계에서 지구에만 존재한다. 그러니까 4000년 전 불을 숭배한 조로아스터교는 태양계 차원에서 빚어진 우주적 종교다. 또 우리는 과학으로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라는 양자역학의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세계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이는 지구에 아직 한 사람도 없다. 이를테면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휘고 압축된다. 우리가 살 만한 별로서 4광년 거리의 프록시마에 가려면 현재 기술로는 몇 만 년이 걸리는데 예컨대 우주선이 양자역학 기술로 강력한 중력파를 발생시키면 압축·팽창에 의해 시공간에 강한 주름이 잡히면서 우리는 순식간에 그 별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1939년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더 깊은 의미’를 참으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요컨대 140억 년 전 물질 에너지 시간 공간이 갑자기 등장해 빛과 어둠이 만들어졌고, 은하들이 생겨나 은하는 별을, 별은 행성을, 행성은 생명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의식을 얻어 깨어났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다. 우리는 서서히 자연의 책을 읽는 법을, 자연의 법칙과 나무를 보살피는 법을 익히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그 깊은 의미를 익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자연을 이해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이루려 할 때 과학은 큰 힘이 된다는 것, 인류는 스스로 자초한 대멸종의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메시지다. 앤 드루얀 지음/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464쪽/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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