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코로나 종식 후 마이스 육성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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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부산 마이스 산업
/ 강병균 위원

부산 마이스 산업의 메카인 벡스코 제1전시장 내부(왼쪽)와 야외 주차장이 3~5월 무더기 행사 취소로 텅텅 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마이스 산업의 메카인 벡스코 제1전시장 내부(왼쪽)와 야외 주차장이 3~5월 무더기 행사 취소로 텅텅 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마이스 산업의 메카인 벡스코 제1전시장 내부(왼쪽)와 야외 주차장이 3~5월 무더기 행사 취소로 텅텅 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마이스 산업의 메카인 벡스코 제1전시장 내부(왼쪽)와 야외 주차장이 3~5월 무더기 행사 취소로 텅텅 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대규모 회의, 전시 및 이벤트) 산업은 부산시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온 4대 핵심 전략산업 중 하나다.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유발, 높은 관광수익, 도시 홍보 및 마케팅 창출 효과 등을 한꺼번에 가져온다는 점에서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하지만 부산 마이스 업계는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 사태로 ‘행사 절벽’의 직격탄을 맞아 줄도산 위기에 처해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행사 무더기 취소

영세업체 많아 자금난·폐업 위기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연쇄 피해

마이스인력 대거 실직·이탈 우려

인프라 붕괴 막을 지원책 절실

특별고용 지원업종 지정 급선무


■무더기 행사 취소 벡스코(BEXCO)

2017년 기준 세계 7위, 아시아 4위의 국제회의 실적을 자랑하고 서울과 1·2위를 다투는 ‘마이스 도시 부산’. 해운대 벡스코는 부산을 상징하는 전시컨벤션센터다. 대규모 국제회의를 비롯한 크고 작은 국내외 회의와 전시·박람회,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전문시설이다. PEO(전시 주최자)와 PCO(회의 기획사) 업체들은 벡스코 같은 전시컨벤션 시설과 호텔 등에서 행사를 개최해 비즈니스를 하거나 수익을 얻는다.

올해 벡스코는 코로나19 여파로 초토화돼 침울하다. 부산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일 후인 2월 24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벡스코에서 진행된 각종 행사는 단 1건도 없다. 2~5월 벡스코에서 예정된 250여 건의 행사 중 80%인 200여 건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연관 산업과 관련 기업이 많은 초대형 전시회인 부산국제보트쇼와 부산국제모터쇼, 드론쇼코리아가 대표적인 취소 사례. 집단 감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조치다.

강덕한 벡스코 홍보실장은 “벡스코가 제3전시장 신설이 필요할 만큼 포화상태이고, 3~5월은 벡스코와 마이스 업계의 성수기”라며 “올해 같은 기간엔 벡스코에서 열리는 행사가 거의 없어 매일 시설 안팎은 인적이 없을 정도로 썰렁하다”고 말했다. 벡스코는 행사 대관료 수입이 급감하고 유휴인력이 늘자 관리·운영비 등 각종 경비를 50%가량 줄이고 순차적으로 유급휴직에 들어가는 등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다.

휴직에 들어간 (주)리컨벤션 사무실에 일부 임직원만 출근해 하반기 행사를 논의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휴직에 들어간 (주)리컨벤션 사무실에 일부 임직원만 출근해 하반기 행사를 논의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벼랑 끝에 내몰린 PEO

30여 년간 크고 작은 전시행사를 주최하며 직원 50여 명 규모로 성장한 A사. 부산지역 PEO 업계 선두주자인 A사는 지난달 벡스코에서 각각 열려던 푸드페어를 전격 취소하고 카페쇼는 오는 7월로 연기했다. 코로나19 탓에 인파로 붐비는 대규모 행사 개최가 여의치 않고 관람객 동원의 어려움으로 흥행 실패마저 예상됐기 때문. 이 바람에 매출액 10억~20억 원 수준인 두 행사의 부스 참가업체들로부터 받았던 참가비나 계약금을 전액 반환하느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A사가 1년 가까운 행사준비 과정에서 국내외 홍보와 기업 유치 마케팅에 사용한 비용과 직원 임금만도 10억 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두 행사 취소에 따른 손실이 막대해 자금난이 우려된다는 것.

지난달 부산시 조사 결과 175개 마이스 기업 중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곳이 92%나 되고, 피해 업체의 50%는 평년 대비 80% 이상 매출감소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규모 이벤트를 개막 직전 불가피하게 취소한 B사의 경우, 수입이 없어 단 몇 명뿐인 직원 월급조차 못 주고 있다. 행사 취소로 민간시설 임대료의 80%를 위약금으로 물게 돼 폐업을 고민할 정도란다. 경영난에 직면해 운영자금 마련이 시급하지만, 영세해 은행 대출이 어려운 PEO 업체가 많다고 한다.

행사가 폐지돼 연관 산업과 관련 기업들까지 덩달아 일감이 없어 연쇄적 고통을 겪는 것도 문제다. 규모가 크거나 개최기간이 긴 행사 하나에 시스템 장치와 조명설비, 디자인, 장비임대, 영상·촬영, 통역, 숙식, 운송, 경호, 꽃배달, 단기 아르바이트 등 협력업체가 적게는 20~30개, 많으면 50~70개가 참여할 정도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게 마이스 산업. 부산엔 560여 개 마이스 관련 기업과 2500여 개 협력업체가 있다. 자칫 코로나19 장기화로 마이스 산업 생태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깊은 수렁에 빠진 PCO

정직원만 36명인 C사는 지역 PCO 업종을 대표하는 회사. 이 회사도 올 상반기 잡혔던 부산 4건, 해외 4건의 국제행사 가운데 3건을 취소, 나머지를 하반기와 내년으로 미뤘다. 올 들어 이익은커녕 매출이 전무해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할 수 없이 3월부터 대부분 직원은 정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며 유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일부 인력만 출근해 연기된 5건의 국내외 회의와 신규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일손이 태부족, 업무효율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휴가 중인 직원들은 야근과 토·일요일 근무가 많은 산업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고용유지지원금에 따라 평소 급여의 30%에 불과하다며 불만이다.

70여 개 PCO 역시 영세한 곳이 많아 직접 투자나 행사 주최보다는 국비나 지자체 예산이 지원되는 행사를 치열한 입찰경쟁을 통해 따내 대행하는 일이 다반사. 시가 최근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20% 분담 재원을 확보키 위해 시비가 투입되는 축제·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키로 하자 업계는 쇼크에 빠졌다. 상당수 업체는 직원들 월급도 못 줄 만큼 경영난이 심각해 존립이 위태로운 처지라며 아우성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불황은 처음이죠. 젊고 우수한 마이스 종사자들이 대거 실직해 다른 지역과 임금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 마이스 인프라가 사라질 수 있어 걱정입니다. 지금 좀 도와 주세요.”


■효과적인 지원대책은 없나

시는 지난달 27일 마이스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시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업체당 최대 850만 원을 지원키로 하고, 지난 13일부터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이행(선금급) 보증보험 수수료, 행사 취소 위약금, 주최자와 분쟁 비용 등에 업체당 150만 원 한도로 코로나19 부대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 등이다.

마이스 업계는 매출 급감과 고정비 부담의 이중고로 고사 직전에 있다고 주장,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호소한다. 또 지자체가 하반기 축제와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조기 발주하고 선수금을 준다면 경영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울 것이란 입장이다. 당초 책정한 행사비를 줄이지 말고 그대로 집행할 것도 바라고 있다. 줄줄이 연기된 행사가 하반기와 가을에 몰려 대관 전쟁으로 이어져 행사가 없는 업체는 도산할 수밖에 없으므로 행사장 추가 발굴, 벡스코 대관료 할인, 긴급 경영자금 및 민간 전시·회의에 대한 국·시비 지원, 지방세 감면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특히 오랜 기간 구축된 부산의 마이스 산업 기반이 이번에 붕괴해 국내외 주요 경쟁 도시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해당 업계에 조속한 지원을 통해 고난의 시기를 버텨 낼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창립 20주년인 (주)리컨벤션 및 관광·마이스연구소 이봉순 대표는 “마이스 산업 발전은 젊은 인력에 대한 고용 유지에 달렸다”며 “국내외를 대상으로 행사 준비에 수개월~1년 이상 걸리는 업계 특수성을 고려해 특별고용 지원업종으로 지정, 휴직 없이 지속적인 업무가 가능토록 정책 및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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