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유지지원금, 골목상권엔 그림의 떡”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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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로 대량 실업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해 골목의 고용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지원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중심 소비 행태 변화로 어느 때보다 골목 상권의 붕괴 위기가 커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고용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골목 상권의 고용안정을 위해 기존 5인 이상 사업체에만 지급되던 고용유지지원금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지급한다. 또 최대 지원 금액도 인건비의 70%에서 90%까지 상향조정하고 제출 서류도 간소화했다.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대상 확대

영세업자들 “현장 모르는 정책”

‘고용보험 가입 조건’ 최대 난관

외식업 근로자 절반 가입 안 해

인건비 선지급 후 보전도 부담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제일 큰 문턱은 고용보험 가입 조건. 골목의 영세업체 직원들은 인건비 중 일부를 보험료로 납부하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용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이만수 부산진구 지부장은 “코로나 피해가 가장 큰 외식업의 경우 직원들 근무 기간이 1~2년에 불과하며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가 절반이 넘는다”며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지원금을 주는 고용 안정대책은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사후 지원 방식도 당장 매출이 없는 골목 상권에는 큰 부담이다. 부산진구의 한 식당 업주는 “매출이 급감해 인건비를 줄 수 없는 상황인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면 우선 인건비부터 줘야 한다”며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직원을 보험에 가입시키면 1인당 당 20만~30만 원씩 보험료를 업주가 내야 해서 업주 부담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준비 서류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각종 제출 서류가 많고 지원 절차가 복잡하다고 호소했다.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최효자 동래구 지부장은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지원 제도를 알아보지만, 오랫동안 장사를 한 나이 든 업주들은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프라인으로 늦게 지원하면 혜택을 못 받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

더욱이 그동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영세 자영업자들은 지원 조건이 완화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해운대구의 한 마트 대표는 “우리처럼 작은 가게도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인 줄 몰랐다”며 “시나 구청에서 일일이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장사하느라 바빠 각종 지원 대책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골목 상권의 특수성을 반영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조건이 완화됐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무급휴직자들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보험 가입 조건의 한시적 유예 또는 보험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김기승(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소비 행태가 전자상거래 위주로 급속하게 바뀌면서 오프라인의 골목 상권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긴급한 지원과 별개로 새로운 고용 환경을 면밀히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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