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거돈 "성희롱은 뿌리뽑아야 할 구태…최대한 엄벌할 것"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23일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불과 작년 9월까지도 "성희롱은 뿌리뽑아야 할 구태"라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며 "한 사람에 대한 책임이 너무 커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 5분 정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고 그것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중과 관계 없이 어떤 말로도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피해자가 또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보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곧바로 부산시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제출, 부산시장 신분을 잃었다.
오 전 시장은 약 2019년 9월까지만 해도 "성희롱은 민선 7기에서 뿌리뽑아야할 구태"라고 강력 비판하며 일벌백계를 지시한 바 있다.
당시 오 시장은 부산일자리종합센터, 부산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등 부산시 산하기관과 위탁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을 두고 "부산시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센터나 기관에서 지위가 낮은 직원이나 민원인을 대상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문제에 대한 부산시의 처벌이 가볍다는 말이 절대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향후 성희롱 문제가 일어날 경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엄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최근 법원이 성폭력 재판에서 성인지감수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성별이 다르면 나와 다르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된다는 의미"라며 부산시와 산하 기관 전 직원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의식 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도 지시했다.
한편 강제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은 오 시장 측에 추행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4월 말 이전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부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4월 둘째 주 '오 시장으로부터 심각한 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상담소는 오 시장 측 정무 라인에 사실확인을 요구했고, 오 시장은 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또 피해 여성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피해 여성은 자신의 피해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4월 말 이전에 사퇴할 것과 사퇴 이유에 '강제 추행' 사실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상담소 측은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불안해하고 있고 자신이 피해를 본 사건이 알려지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스스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성범죄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려면 경찰 등 사법기관이 사건을 인지했거나 고소·고발이 있어야 한다.
부산경찰청은 "현재 피해자 측이나 여성단체 고소·고발은 접수되지 않았다"며 내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반적 사실 관계를 우선 확인해 오 시장의 위법 행위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에 주력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신상 공개 등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