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게 물든 수영강, 도심 생태계 붕괴 전조인가?
부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이 핏빛으로 변했다. 황금연휴를 맞은 수영강에 갑작스러운 적조 현상이 발생한 것. 강변을 산책하던 시민들이 단시간에 붉게 물든 물빛에 놀라 자리를 피하고 소방서에 신고가 이어지는 소동도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적조로 인한 도심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원동교~수영2호교 사이 수영강 일대에 적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크립토모나스)이 대량 번식하면서 바다나 강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다행히 3일 오전 비가 오면서 수영강의 적조 현상은 다소 누그러들었다. 물빛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동교~수영2호교 적조 현상
놀란 시민들 대피 소동까지
3일 비 오면서 누그러졌지만
상류 오염원 조사 등 대책 필요
이처럼 수영강에 적조가 발생한 이유는 최근 급상승한 기온 탓이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수영강 일대가 식물 플랑크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적조 현상이 발생한 지난 1일 낮 기온이 섭씨 20도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핏빛으로 바뀐 수영강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일부는 인체에 해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산책을 중단하고 강변에서 멀리 대피하기도 했다. 수영구에 사는 박주민(34) 씨는 “원인을 모르다 보니 이웃집에서는 소방서나 경찰서에 신고하기도 했다”며 “안전을 위해 수영강 산책을 그만두고 며칠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황광주(62) 씨도 “매일 수영강변을 산책하는데 어제는 적색 분말을 섞은 것처럼 유독 붉은 기운이 심했다. 지구온난화 여파인지 적조 현상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생태 전문가들은 적조 현상이 잦아질 경우 도심 속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다와 달리 수영강은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표적 강이어서 도심 속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적조의 원인 플랑크톤인 크립토모나스는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해 물속 생태계에 산소 고갈을 초래한다. 따라서 적조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면 수영강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이 산소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부산대 주기재 생명과학과 교수는 “수영강에는 수백 종이 넘는 플랑크톤이 서식하는데 단일종이 이처럼 대번식한다는 것은 현재 생태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다”면서 “수영강 상류부터 오염원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수영강 생태계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시와 보건환경연구원 등 관계 기관은 물고기 폐사 등 가시적인 피해가 없는 한 적조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최대현 사무처장은 "수영강에서 시작된 적조는 온천천의 연안교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관계 당국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할뿐 마땅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