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악녀’‘설국열차’…할리우드 버전 영화·드라마 제작
장준환·정병길 감독 잇단 러브콜
박찬욱·봉준호 제작자로 의기투합
한국 영화감독들이 할리우드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면서 높아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충무로 감독들의 협업 기회 확대를 가져왔다. 한국 감독들의 미국 무대 도전은 한국 영화 시장 확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준환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 ‘지구를 지켜라!’를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영화는 ‘1987’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등을 만든 장 감독이 2003년 내놓은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2000년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배우 신하균이 출연했다. 외계인을 믿는 청년이 화학제품 회사 사장을 납치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 감독은 미국 버전 연출에 직접 나선다. ‘유전’ ‘미드소마’의 아리 에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작업 총괄 프로듀서는 ‘기생충’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맡는다. CJ엔터테인먼트와 현지 영화사 스퀘어페그가 공동 제작에 나선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 성공으로 배운 것은 전 세계 관객이 큰 주제 아래 장르를 넘나드는 한국 영화에 흥분한다는 것”이라며 “장 감독은 이런 일의 대가”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악녀’를 만든 정병길 감독도 할리우드 활동에 시동을 건다. 최근 미국 에이전시 CAA와 계약한 정 감독은 공상과학 영화 ‘애프터 번’의 메가폰을 잡는다. 이 작품 주연은 액션 스타 제라드 버틀러다. CAA는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이병헌 등이 소속된 곳이다.
정 감독을 해외에 알린 영화 ‘악녀’도 미국에서 TV 시리즈 리메이크 작업에 한창이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참신한 촬영 기법으로 일찌감치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워킹 데드’ 제작사인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나서며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어벤져스:엔드게임’ 등에 출연한 한국계 프랑스인 배우 폼 클레멘티에프가 출연한다.
할리우드로 활동 폭을 넓힌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17일 미국 드라마 ‘설국열차’를 공개했다. 2013년 개봉한 봉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 드라마 버전에 박 감독과 봉 감독이 제작자로 의기투합해 관심을 끌고 있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코널리와 다비드 디그스가 나섰다. 남유정 기자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