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기부금 49억 원 중 피해자 지원엔 18.8%만 쓰여
[‘정의연’ 논란 확산]
‘성금이 어디에 쓰인 지 모른다’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발언으로 촉발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논란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 구매 과정과 정의연 전 대표인 윤미향 당선인의 아파트 자금 출처 논란으로까지 번져 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남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을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연이 수요집회 등을 통해 모은 후원금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관련 단체들이 잘못된 운영을 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요집회에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기부한 돈에 대해 “현금으로 들어오는 그 돈들은 정작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용수 할머니 ‘후원금’ 발언 촉발
위안부 쉼터 고가 매입도 논란
시민단체 윤미향 전 대표 고발
尹 아파트 구입 자금 출처도 의문
정의기억재단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를 촉구하기 위해 이듬해 만들어졌다. 정대협과 정의기억재단이 2018년 통합 출범한 정의연의 초대 이사장이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였던 현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다.
이 할머니의 폭로로 수요집회 후원금이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는 정의연이라는 단체의 몸집 부풀리기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홈택스에 정의연이 공시한 최근 4년간의 연간 기부금 모금 내역을 보면, 정의연은 2019년 8억 2500만 원을 포함해 4년간 48억 9300만 원가량을 기부받았다. ‘피해자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쓰인 금액은 이 중 9억 2000여만 원으로 모금액의 18.8% 정도다.
하지만 이에 정의연은 피해자지원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국제사회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 수요시위 개최, 피해자 소송지원, 관련 콘텐츠 제작 사업 등에도 후원금을 사용하고 있다고도 해명했다. 정의연은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8명에게 2017년 하반기에 ‘백만시민모금’을 진행해 조성된 기금으로 개인당 1억 원을 여성인권상금으로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쉼터를 구매하는데 부동산 매입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2013년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만들기 위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토지와 건물을 7억 5000만 원으로 사들였는데, 인근 유사한 토지·건물가격은 1억~2억 원대에 그쳤다. 쉼터 매입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해 정의연 단체에 3억 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는 것. 이에 한 시민단체는 정의연의 대표였던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을 배임 혐의로 18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의연 측은 당시 형성된 시세대로 구입했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의 개인 아파트 자금 출처에도 논란의 불씨가 붙었다. 윤 당선인은 2012년 경매에 부쳐진 2억 원대의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윤 당선인은 “경매 아시는 분들에겐 너무 상식적인 일로 경매는 현금으로 한다”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경매로 사기 위해서 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고 해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