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외면하다 결국 강제 수거된 ‘공유형 전동킥보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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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대는’ 전동킥보드

부산 수영구청이 강제 수거한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2일 구청 건물 뒤 공터에 보관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수영구청이 강제 수거한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2일 구청 건물 뒤 공터에 보관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지역 일선 지자체들이 도로와 인도에 무분별하게 방치돼 보행자를 위협하는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강제로 수거해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업 확장에만 관심을 쏟을 뿐 이용자와 보행자 안전을 외면하던 업체가 자초한 일이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와 일부 시민은 “어디서든 타고 어디서든 내리는 공유형 전동킥보드 특성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반발하며, 새 이동수단에 적합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인도·차도 방치 안전사고·민원 빗발

지자체 ‘노상 적치물’ 대집행 처분


“보행자 안전 위해 당연한 일” 지적

“공유경제 취지 무시 행정” 반발도

“새 이동수단 맞는 현실적 대책 필요”


최근 부산지역 일부 지자체들이 차도와 인도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노상 적치물’로 보고 강제 수거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강제 수거된 전동킥보드 대다수는 세계 최대 전동킥보드 공유업체인 ‘라임’ 제품이다.

부산 수영구는 지난달 28일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역 인근에 방치된 라임 150대를 수거한 후 라임 측에 과태료 1회 상한금액 150만 원을 부과했다.

또 이에 앞서 해운대구도 올해 여러 차례 라임 소유 전동킥보드를 모두 405대 회수해 총 7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부산진구도 최근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는 라임 제품 5대를 수거하고 과태료 8만 원을 매겼다. 현재 다른 지자체들도 전동킥보드로 인한 민원이 접수되면 곧바로 강제 수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전동킥보드를 수거하는 것은 보행자의 안전 때문이다. 전동킥보드가 인도와 도로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채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안전사고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수영구에는 올해 라임 관련 민원이 100건 이상이 접수됐다.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행인과 충돌했다’ ‘야간에 조깅하던 주민이 인도에 있는 전동킥보드에 부딪쳐 다쳤다’는 등 안전사고 관련이 대다수였다. 다른 지자체에도 이와 유사한 불만이나 민원이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전동킥보드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자, 해당 지자체들은 도로법 74조 ‘행정대집행 적용 특례’에 명시된 ‘반복·상습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하는 적치물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도로와 인도에 있는 라임 전동킥보드를 노상 적치물로 보고 강제 수거에 나선 것이다.

수영구의 경우 방치된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노상 적치물 과태료를 기존 ㎡당 최고 2만 원에서 내달부터 최고 10만 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차도와 인도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전동킥보드에 대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에 많은 시민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일부 시민은 ‘라임이 자초한 일’이라며 라임 측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그동안 라임 측은 국내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 물량 공세를 폈을 뿐 정작 보행자나 이용자 안전을 위해서는 ‘나몰라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4월엔 라임 전동킥보드를 타던 이용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용자는 무면허 상태였다. 이 사고 전까지 라임은 무면허나 미성년자 운전, 음주 운전을 막기 위해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또 헬멧 등 안전장비도 공급하지 않았다. 특히 도로나 인도 위에 방치된 자사의 제품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다.

최 모(32·해운대구) 씨는 “구청이 단속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아무 곳에나 널브러진 전동킥보드를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 번은 도로로 넘어진 전동킥보드와 달리는 차량이 부딪힐 뻔한 아찔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이 없어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를 중심으로 ‘공유형 전동킥보드’라는 새로운 이동수단을 제재만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전거 주차장과 유사한 전동킥보드 주차장이 그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최 모(34·부산진구) 씨는 “공유경제라는 부분을 무시하고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강제 수거에만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 이동수단이 활성화되는 만큼 지자체들은 참신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임 관계자는 “정책 간담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면서 “서비스 안착을 위해 지자체와 앞으로 협력하고, 이용자들의 성숙한 공유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대한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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