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잭팟으로 반등 기회 잡은 한국 조선 ‘세계 1위’ 탈환 시동
23조 원 규모 카타르 LNG 프로젝트로 수주 물꼬를 튼 한국 조선이 중국에 내준 세계 1위 탈환에 시동을 걸었다. 4월 55%P 이상 벌어졌던 수주 점유율 격차가 지난달 7%P 차로 좁혀졌다. 중국 조선소 물량을 채워주던 자국 발주량이 급감한 탓이다. 특히 하반기 카타르를 시작으로 한국 조선의 주력 선종인 고부가 LNG 운반선 발주가 계속될 전망이라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달보다 40% 감소한 57만 CGT(27척)로 집계됐다. 이중 중국이 절반에 가까운 27만 CGT(13척), 47%를 가져갔다. 한국은 23만CGT (8척) 40%, 일본 5만 CGT(2척) 9%였다.
CGT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가격이 비싼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업계에선 수주 척수보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평가한다.
다행히 한국의 수주 점유량은 4월(16%)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중국은 73% 급감했다. 덕분에 양국 간 격차도 55%P에서 7%P 차로 줄었다.
중국의 부진은 자국 발주 물량 감소 탓이다. 중국의 경우, 4월 전체 수주의 90%에 해당하는 90만 CGT가 자국 발주물량이었다. 하지만 5월엔 자국 발주량이 23만 CGT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모든 수주를 유럽과 아시아 선주로부터 따왔다.
올해 누적 수주량은 중국이 288만 CGT(121척) 62%로 경쟁국인 한국(90만 CGT, 32척, 19%)과 일본(49만 CGT, 31척, 11%)을 여전히 크게 앞서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주력 선종인 고부가 LNG 운반선 발주가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총 선박 발주량은 469만 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17만 CGT보다 61% 급감했다. 선종별로는 S-Max급 유조선과 A-Max급 유조선은 전년 대비 18%(33만 CGT → 39만 CGT), 72%(29만 CGT → 50만 CGT) 증가했지만 LNG 운반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는 줄었다.
이 때문에 남은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도 감소세다. 5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4월 말 대비 122만 CGT, 2% 감소한 7225만 CGT다. 중국이 2624만 CGT(36%)로 가장 많고 한국 2022만 CGT(28%), 일본 1024만 CGT(14%)로 뒤를 잇고 있다.
한국 조선사 중에선 삼성중공업이 576만 CGT로 1위, 현대중공업 454만 CGT, 대우조선해양 389만 CGT 순이다.
그러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LNG 운반선 100척, 총액 23조 원 규모 ‘발주 권리 보장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반등 기회를 잡았다.
이는 조선소의 건조공간(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다. 통상 대규모 프로젝트에선 정식 발주에 앞서 선박 건조를 위한 공간을 예약하는 계약을 맺는다. 본 계약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5척을 신규 계약한 러시아 Arctic LNG 2 프로젝트 잔여분 10척과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서도 다수의 LNG선 발주가 예상돼 연말까지 또 한 번 잭팟을 터트릴 가능성도 남았다. 예상대로라면 연말께 누적 수주량에서 중국을 제칠 수도 있다.
월별 수주량에서 중국과 세계 1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 조선은 올들어 지난 2월을 제외하고, 자국 물량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대형 LNG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되면 한국의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