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매스토피아] 단군신화로 보는 수(數) 이야기
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우리나라 국민 중 단군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군왕검은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하였고, 그 고조선은 2225년간 동방의 중심이었다. 13세기 고려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및 여러 문헌들에 기반한 역사적 내러티브에 따르면 고조선의 탄생이 현재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으로 여겨지고 있고, 이는 우리 역사에서 고조선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전되는 바에 따르면 고조선을 건립한 단군왕검의 아버지인 환웅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고 무리 3000명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와 신시를 세웠으며, 360가지 일을 주관하고 8조법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교화의 정치에 힘썼다고 한다.
고조선 건국 연도 2333, 8조법 등
단군신화에 수학적 원리 들어 있어
어떤 주제로든 수학적 학습 가능해
수학 가치 직접 느끼고 발전시켜야
고조전과 그 전설, 특히 환웅이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된 곰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되려면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며 동굴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규율을 호랑이는 지키지 못하고 뛰쳐나간 반면에, 곰은 21일을 견뎌 여자가 되었으며 후에 환웅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고조선의 초대 왕인 단군이다.
수(數) 이야기와 신화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단군신화를 언급하는 것은, 재미로 들어온 구전 이야기와 역사 속 의미를 생각케하는 단군신화가 수학 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단군신화 이야기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면서 동시에 수학의 기초가 되는 각종 수의 개념과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보려고 한다. 그러면 단군신화 속에 나타난 수들은 어떤 흥미로운 성질들을 가지고 있을까?
앞서 간단히 소개한 단군신화 속에 등장한 숫자 2333, 2225, 3000, 360, 8, 100, 21로 배울 수 있는 수의 성질 몇 가지를 알아볼 것인데,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뜻은 ‘단군신화 속에도 이런 수학이 들어 있구나!’이다.
먼저 고조선의 시작 연도로 알려진 2333은 소수(Prime number)이다. 소수의 개수는 무한하며 소수는 규칙성 없이 나타난다는 성질 때문에 정보보안, RSA 암호체계,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고조선의 시작 연도 2333과 고조선의 끝 연도 108의 관계인데, 이 두 숫자는 1 외에는 공약수가 없는 ‘서로소’인 수라는 사실이다.
또한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려고 했던 이야기 속의 숫자 21과 100에서도 흥미로운 성질을 찾아볼 수 있다. 21과 100은 도형 모양으로 배열될 수 있는 수로, 21은 정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되는 삼각수이며 100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되는 사각수이다.
삼각수 21과 사각수 100은 추상적인 개념인 ‘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기하적인 모형으로 나타낸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즉 수를 도형으로 나타내는 작업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수의 개념을 도형화, 시각화하여 직관적인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단군신화 속의 모든 숫자는 홀수 또는 짝수이다. 2로 나눈 나머지가 홀수는 1이고 짝수는 0이다. 즉 2로 나누었을 때, 홀수와 1은 나머지가 같고 짝수는 0과 나머지가 같다. 이것이 수의 이진법 개념이다. 이진법의 두 수 0과 1은 현대 컴퓨팅의 기본을 형성하며, 4차산업의 핵심인 컴퓨터공학 및 정보통신산업의 기반이 된다.
위 간단한 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언뜻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단군신화와 수 이야기의 연결은 ‘수학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즉 생활 속 어떠한 주제 속에서도 수학적 요소를 학습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컨대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라고 말할 정도로 자연에서 수가 보이는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계산 기술과는 별도로 수 자체의 성질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메시지를 우리 수학 교육 현장에서도 늘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어려운 이론적 수학 내용을 흥미로운 현상과 융합해서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수학은 어렵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늘 존재하면서 생활 속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것이라는 교훈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추상적 수학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현실적이고 유용한 다학적 융복합 소재 발굴에 적극 노력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수학의 가치를 직접 느끼고 공유하여 그 가치를 함께 발전시켜 나간다면, 고조선의 정기를 받은 우리나라가 세계의 4차산업을 주도할 것이다.